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이 시가 만들어진 데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박목월이 고향 경주로 조지훈을 초대하였다. 경주에서 두 사람은 문학과 사상과 시국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경험했던 박목월의 인정과 경주의 풍물이 기억에 자꾸만 남았던지, 조지훈은 박목월에게 보내는 편지에 '완화삼'을 지어 보냈다.
이 편지를 받고 박목월 역시 조지훈과 같이 자신과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문학적 동지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서 한동안 통곡하고는 답하는 시를 적어 부쳤다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시 '나그네'이다.
박목월이 완화삼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구절이 바로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놀이여"였다. 그래서 시제 밑에 그 구절을 집어넣고 시구 속에도 '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놀'이란 시구를 넣었다.
시로서는 드물게 창작 배경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는 당대의 시대 상황을 외면했다는 좌파 문인들의 비판을 받는다. 이들은 문학에 좌파적 정치 논리를 대입시켜 이 시들을 사시안 적으로 바라보았다. 일제에 의한 수탈이 극심한 1940년대에 이 시에서와 같이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시골 풍경은 일제에 동조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란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조지훈과 박목월을 비난하는 좌파들의 비판을 그대로 모든 이에게 적용하면 친일이 아닌 자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실력도 미달이면서 노벨상에 미쳤던 고은은 만인보에 박목월이 육영수의 선생 노릇을 한 이력을 섞어 "달에 구름 가는가 구름에 달 가는가"라고 조롱하였다. 추접한 그의 행실이 드러난 요즘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바흐는 극심한 반유대주의자이기에 그의 음악을 국가적으로 금지하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예술과 정치나 사상은 분리되는 것이 맞다는 것을 늦게나마 깨달은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데, 그것은 우크라이나 계인 차이코프스키가 러시아에 가서 살며 국적을 러시아로 했다는 이유이다. 우크라이나도 전쟁이 끝나면 다시 이런 사시안을 고치길 바란다. - 이해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