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가지지 말라
누가복음 9장 3~5절
지난 금요일(6일) 아버지께서 주님 곁으로 가셔서 저는 제가 기억하는 생애 중 처음으로 주일 아침예배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오래 전 신학생 시절에 어머니께서 "네가 목사가 되었을 때, 너는 엄마가 주일에 죽으면 교회 갈 것이냐? 엄마에게 올 것이냐?고 물어 보신적이 있습니다. 그 때, 나는 어머니가 좋아하실 줄 알고 "당연히 교회를 지킬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과는 달리 실망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임종을 앞두고 계신 아버지를 간병하며 아직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먼저 교회로 전화해서 이번 주일 교회를 갈 수 없으니 예배를 잘 부탁한다고 전도사님께 전화를 하였습니다. 주일보다는 부모님이 먼저인 것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많은 교우들이 조의금 봉투를 장례식장에서 제공하는 '삼가 故人의 冥福을 빕니다.' 라는 글이 적힌 봉투를 사용하였습니다.
'삼가'는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한다는 뜻이고, '명복'은 道敎의 용어로 돌아 가신 뒤에 저승에서 받는 福을 말합니다. 그래서 "삼가 故人(고인)의 冥福(명복)을 빕니다."를 풀어서 해석하면, "禮를 다하여 돌아 가신 분이 사후세계에서 심판받는 때, 복을 받기 바란다."라는 뜻이 됩니다.
기독교의 교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독교는 이별의 아픔을 다시 만날 소망으로 하느님의 위로와 인도하심을 기원하는 천국환송을 예배를 드림으로 이별을 맞이하는 남은 가족들에게 천국에서의 만남과 부활의 만남을 기원하는 것입니다.
가까운 곳으로 잠깐 여행을 떠날 때, 어느 정도의 짐을 챙겨 가시나요?
아마도 캐리어 하나를 가득 채워도 부족할 것입니다. 한 번 꺼내지도 않고 그대로 다시 가져오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모습을 두고 준비성이 철저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예수님은 "여행을 위하여 아무 것도 가지지 말라 지팡이나 주머니나 양식이나 돈이나 두 벌 옷을 가지지 말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준비한 채 살아가나요?
예수님은 이런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실까요?
아버지 사망신고를 하려 주민센터에 갔습니다. 아버지는 일제시대에 차를 타고 다니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돌아가시기 직전엔 소유한 부동산이 하나도 없으며, 통장에 생활비 조금 밖에는 재산이 될 만한 자신의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일상에서 누리던 편리함과 안락함을 위해 많이 소유하고 계셨다면 아마도 이 세상을 떠날 때 아까운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을 잠시 해 보았습니다.
누리려고 이것저것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었다면, 그 짐의 무게에 분명히 짓눌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때, "여행을 위하여 아무 것도 가지지 말라"는 예수님 말씀이 떠 올랐습니다.
주님은 하느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앓는 자를 고치며 사는 삶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면 더 많은 것을 소유해야 하느님 나라를 전파하기 위하여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세상 것에 마음을 기대고 애착하면 몸도 마음도 거기에 묶여서 주님을 따르기 어려워 피하게 됩니다.
소유한 게 많으면 하늘의 축복보다 지금 현실적인 축복에 무게를 더 두게 됩니다.
철저하게 하느님께 의지하고, 그분의 은총과 사랑을 가득 담을 수 있게 두 손을 완전히 비워 두라고 당부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가 우리 곁에 있음을 자꾸만 잊어버립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즐거움을 위해 미래를 가불하며 살아갑니다.
주님의 은혜 안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한결같은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나요?
하느님께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을 알아서 충만하게 채워 주시던가요?
대부분의 삶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치고, 흔들리고, 힘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님께서 맡겨 주신 소명을 실천하며 기쁘게 살아가면 참된 믿음만으로 걱정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몸이란 언젠가는 죽고 썩어 없어질 것이므로 그 자체로는 영원한 생명과 하느님의 나라를 상속받을 수 없습니다. 부활의 새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 모두 그 몸의 변화를 겪어야 합니다. 이 변화는 죽고 썩을 몸이 영원한 몸으로 바뀌어 지는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활신앙입니다.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시는 마지막 날에 믿는 자들의 부활이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 때가 되면 주 안에서 이미 죽은 사람들이나 살아 있는 사람들이나 엄청난 변화를 겪고 부활의 새몸, 즉 새 생명이 될 것입니다.
한 번 따라 합시다. "아무 것도 가지지 말라"
우리가 주님을 굳게 믿고 그분 뜻에 순종하며 따를 수 있다면 어려운 시간들을 분명히 이겨낼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구원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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