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등

ㅡ수구초심ㅡ고향

양곡(陽谷) 2023. 9. 30. 09:38

ㅡ수구초심ㅡ

아직 명절 연휴이니 따뜻한 말이나 용기를 북돋는 격려의 말, 마음을 적시는 훈훈한 소식 같은 것을 전하는 것이 이 아침에는 맞다. 그래서 나도 며칠 동안 만이라도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여 이 글을 쓴다.

오늘도 나의 눈에는 보인다. 추수를 하지 않은 들판에는 누렇게 벼가 고개를 숙이며 익어 가고 있다. 올망졸망한 텃밭가엔 수숫대가 바람에 흔들거리며 나를 맞이해 주고, 푸르고 푸르던 무 배추가 지천으로 널려서 자라고 있던 곳. 작은 과수원에는 울긋불긋 붉고 푸른 사과들이 익어가며, 명절이면 에둘러 고향을 찾아오는 길 잃은 자식들을 고스란히 품에 안아 주고 쓰다듬어 주던 고향! 이리저리 휘이휘 가지를 벌리며 빠알갛게 익어 가는 홍시를 가슴에 품고 이제나 저제나 자신을 내어주려고 마음 먹고 있던 마당 입구의 대붕 감나무....가 버티고 있던 그립고도 정다운 우리 집. 벌거벗은 알밤송이가 조롱조롱 매달려서 나의 침을 꼴까닥 하고 넘기게 만들던 두아름도 넘던 큰 밤나무가 있던 정지간 옆 둔덕....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모두가 내 어릴 적 추억이다. 나는 지금 이 아침에 그러한 광경들을 그리며 고향을 생각하고 있다.

수구초심이라고 했든가.
여우는 죽을 때 고향쪽으로 머리를 돌려 누워서 자신의 마지막 죽음을 맞이 한다고 하고, 새들도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 때는 자신이 태어난 쪽 나뭇가지에 머리를 얹고 잠을 잔다고 하였다. 한낱 짐승들도 이러한데 하물며 감정 있는 만물의 영장인 사람에 있어서랴! 어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꿈에서 인들 있을 수가 있으랴! 고향을 잊을 수 없는 것, 그건 사람에게 있어선 인지상정이다. 자신의 고향을 마음껏 생각할 수 있을 때에 생각을 해보게 하는 것, 그건 사람의 마음이 애초부터 그러하기로 생겨 먹었기 때문이리라. 그것 또한 인지상정 이리라.

고향이라는 말을 듣게 되면 어딘지 모르게 애틋함이 밀려 든다. 오랫 동안 타향살이를 해 본 사람이라면 고향이라는 단어는 자신도 모르게 향수에 젖게 하는 마력이 있고 매력이 있다. 그러한 때, 그러한 향수가 가슴  속 밑바닥에 멍울이 져 소용돌이 치게 되면 사람에게는 그것이 곧 삼켜내는 울음이 된다. 그 사람의 설움이 된다. 고향ㅡ 우리에겐 원초적이고도 가장 깊은 고독의 원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