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연불망(戀戀不忘)
/이해우
우리의 사랑을 대수롭지 않은 양
책상의 서랍 안쪽 깊숙이 숨겨뒀다
그날밤 난 모든 것을 잊기로 하였었다
당신이 떠났으니 내가 한 최선이었고
그렇게 잊힌다 생각한 건 오해였다
사랑은 실바람 되어 서랍을 탈출했고
사랑은 하나 둘 세는 것이 아니었네
사랑을 사랑한 난
혼자로 족했는지
아리고 시린 아픔을
다시 품에 안았다
// 사진 설명: ‘하피첩(霞帔帖)’. “눈서리 찬 기운에 수심만 더욱 깊어지고 등불 아래 한 많은 여인은 뒤척이며 잠 못 이루고 그대와 이별 7년. 서로 만날 날 아득하네.” 1806년(순조 6년) 겨울 다산 정약용(1762~1836)의 부인(홍혜완·1761~1838)이 남편에게 ‘절명시’에 가까운 애끓는 시를 쓴다. 병들어 약해진 마음에, 언제 유배에서 풀려날 지 모르는 남편을 기다리는 부인의 안타까운 그리움을 한껏 담은 시였다. 아내는 이 시와 함께 시집 올 때 입었던 빛바랜 다홍치마를 전남 강진의 남편에게 보냈다. 시를 쓴 1806년은 다산과 부인의 결혼 30주년 되는 해이기도 했다. 1810년 유배 온 지 어느덧 십년 세월 정약용은 부인 홍씨가 보내 온 낡은 치마를 잘라 고향에 있는 두 아들에게 부정父情을 담은 당부의 글을 쓰고 이것을 ‘하피첩’이라는 이름의 서책으로 만들었다. 가보家寶로 전해지던 하피첩은 한국전쟁 때 분실하여 행방이 묘연하다가 2006년 모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국가에 귀속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