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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떠나 가셨다/조인수ㅡ 감동글

양곡(陽谷) 2023. 5. 17. 09:07

엄마가 떠나 가셨다.

엄마 나이 89세. 아홉고개를 넘기지 못하고 떠나 가셨다. 3월말 발병을 알아 차린 후 삼사일 뒤 응급실 행을 시작으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셨다.

종로구청 말단 공무원 아버지의 월급으로 할아버지, 삼촌, 고모, 우리 6남매가 매달려 살았다. 엄마의 강인함과 알뜰함이 우리 육남매를 키워 내셨다.

엄마 나이 마흔네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혼자 되셨다. 지금 내 나이를 견주어 본다면 청천병력 같은 일이었을 게다. 엄마의 적극적인 사회생활과 고단한 삶의 시작이었다. 아버지 퇴직준비로 시작한 음식점을 엄마 혼자 맡아서 경영하셨다. 1979년 10.26. 사태만 아니었어도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었을텐데 밤 10시 통행금지는 모든 경제를 마비시켰다. 엄마도 쫄딱 망했다. 그 당시 종로 보신각 옆에 있던 가게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20만원이었다. 게엄령으로 영업할 시간이 줄었고, 가게의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을 갉아 먹기 시작했다. 가게를 못 버티고 쫓겨 나올때 보증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그 후 엄마는 몇 년 동안 무기력증에 빠지셨고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 아버지의 빈자리가 잊혀질 쯤 엄마의 기력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언니 둘을 이미 결혼시켰고, 나는 맏이가 되어 결혼하기 전 7년 동안 엄마를 도와 가정을 지탱해 나갔다. 내 책임감은 날로 커져갔고 엄마와 의논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난 엄마만 있으면 됐다. 엄마가 힘든 순간 나쁜 마음을 가지면 어쩌나? 엄마가 재혼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내 걱정에 사로잡혀 엄마에게 더 열심히 자신감을 보여 드렸다.

엄마는 내 요청에 따라 재혼을 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주렁주렁 딸린 사람이 무슨 재혼이냐며 자신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걱정마라 했지만 난 늘 불안했었다. 엄마는 젊었고, 곱고, 예뻤다.
그렇게 다른 생각 전혀 품지않고 우리 곁을 지키셨던 엄마가 가셨다.

모든 노인의 소망이겠지만 엄마의 소망도 사나흘 아프다 가면 좋겠다였다. 올해 1월 마장호수 둘레길 여행때 엄마가 보여주신 윗몸일으키기는 잊을 수가 없다. 매일 하루 백개씩 하신다며 건강함을 보여 주셨다. 엄마는 8988234를 지키기 위해 운동하셨고 건강히 사시다가  가셨다. 엄마는 입버릇처럼 봄꽃이 피고 아카시아 향을 맡으며 가고 싶다 하셨다. 지금 5월, 딱 그 시기다. 엄마 산소 주변은 아카시아 향이 진동한다. 아카시아가 5월에 피는구나! 무심한 내게 엄마를 생각할 꺼리를 또 만들어 주셨다.

엄마는 우리 6남매의 자손들이 번창함을 보셨다. 손주들까지 자기들 맡은 일을 열심히하고 있고, 모두의 효도를 받고 가셨다. 큰 걱정거리 없이 노년을 보내셨고,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식사도 잘 하셨다. 장어를 좋아하셨고 장어 1인분에 밥 한공기는 거뜬히 드셨다.

무엇보다 엄마의 발병을 알고 한달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통증없이 지내다 가셔서 감사하다. 우리에게 짧은 이별시간을 주셨지만 엄마만 아프지 않고 가셨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우린 엄마에게 최선을 다했다. 돌아가며 간병하고, 병원비를 나누고, 누구하나 잡음을 내지 않았다. 여동생 부부는 짧은 기간동안 한국을 두 번이나 들어왔다.  

엄마는 여러번의 혼수 상태를 맞으시며 천국에도 영생하실 터전을 마련 하신듯 했다. 오랫동안 못 만났던 잘생긴 아버지를 다시 만날 준비를 하신듯 여러번의 생사를 넘나 드셨다.

우린 믿는다. 엄마가 앞으로도 좋은 곳에서 우리 육남매를 지켜 주실거라고..
형제들 우애도 돈독히 해 주시고 가셨다. 모두 대화와 소통을 원할하게 하도록 해 주셨다. 부모님 돌아가신 후 형제들과의 인연을 단절하는 많은 가정을 보았다. 우린 슬픔 속에서도 형제들 끼리 웃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무엇보다 내가 간병한 날을 엄마의 마지막 가시는 날로 정하신거다. 나에게 엄마의 임종을 지키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 엄마가 형제자매 모두를 보고 어루 만지고 계셨다는 증거를 보여 주심이다.

매년 5월
어버이날이 끼어 있는 달, 우린 오래도록 엄마를 기억하고 떠올릴거다.
엄마! 이곳에서 자식들과 다녔던 여행을 그곳에서 아버지 손 꼭 잡고 여행하세요. 그리고
우리 다시 만날 때 까지 잘 지내고 계세요.
엄마 영원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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