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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용량 16GW 인데 송전용량11GW , 문제는 송전망

양곡(陽谷) 2023. 4. 24. 10:57

[르포 대한민국]발전용량 16GW인데 송전 용량은 11GW...부족한 건 전기가 아니라 송전망이다

우리의 삶은 점점 더 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은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 가정의 텔레비전과 세탁기는 계속 커지고 있으며, 식기 세척기와 의류 건조기를 비롯한 새로운 전자제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가스를 사용하던 부엌의 풍경도 점차 인덕션으로 바뀌고 있으며, 전기자동차는 신기한 대상이 아닌 대중화된 존재가 되고 있다. 모든 것이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화(electrification) 현상이 더욱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핵심인 전기는 모두 선으로 연결되어있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 집의 콘센트부터 동해안의 원자력발전소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진다. 우리 몸의 혈액이 대동맥에서 모세혈관을 거쳐 이동하는 것처럼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4만2720개의 송전탑과 3만5451km의 전선으로 이루어진 송전망, 그리고 1008만4070개의 전봇대와 53만5242km의 전선으로 구성된 배전망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대적인 삶은 구리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망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호당 정전 시간은 연간 8.9분으로 미국(47.3분)과 영국(38.4)은 물론 독일(10.7분)보다도 짧아 안정적이며, 송배전 과정의 손실률도 3.5%로 미국(5.1%), 독일(6.8%), 일본(4.7%)보다 낮아 효율적이다. 발전과 송·배전으로 구성된 전력망은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특징이 있다.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전기는 넘쳐도, 부족해도 안 되는 특성이 있다. 수요 변화에 따라 발전량을 가감하는 작업은 컴퓨터와 인간의 협력을 통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신형 설비로 이루어진 대규모 발전소와 한전이라는 단일한 망 사업자가 세심하게 관리하는 송·배전망을 통해 대한민국의 일상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전력망은 최근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비교적 고르게 권역별로 전기 소비와 공급을 맞추도록 노력해왔지만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 집중이 계속되면서 지역 간 전력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2021년을 기준으로 할 때 수도권은 필요한 전력의 72%만을 자체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전·충청권(128%), 호남권(120%), 영남권(133%), 강원권(182%) 등은 전력을 초과 생산하고 있다. 수도권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비수도권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는 7개의 융통 선로가 현재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지역에 대규모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IDC)와 반도체 라인 신·증설이 집중되고 있어 이에 필요한 전력을 적시에 공급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3·4공장(P3·4)을 위한 송전 선로 건설 과정에서 주민 반대로 5년이 넘는 협의 기간과 지중화를 위한 추가 비용 수천억 원이 발생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남부의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형성은 장밋빛 미래로 보이지만 전력망을 운영하는 처지에서 보면 악몽 같은 미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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