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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3건만 판결 ㅡ파사들의 담합

양곡(陽谷) 2023. 3. 28. 17:12

‘주3건만 판결’ 배석판사들 담합...재판 더시키자 인권위 달려갔다
“週 3건만 선고한다는 내부 합의 깨졌다” 부장판사 상대로 진정
전국 지법 배석판사들 ‘담합’드러나… 워라밸에 법원 황당 태업

양은경 기자
입력 2023.03.28. 03:33
업데이트 2023.03.2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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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방법원 배석판사 A씨가 소속 재판부의 부장판사를 상대로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판결 선고를 늘리라고 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현직 판사가 업무 부담을 이유로 인권위 진정을 낸 전례는 없다.

서울시 중구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 뉴스1
서울시 중구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 뉴스1
A 배석판사가 진정을 낸 것은 2019년 무렵부터 1심을 담당하는 전국 지방법원 배석판사들이 ‘1주일에 3건까지만 판결을 선고하겠다’며 암묵적으로 합의한 일이 배경이 됐다고 한다. ‘암묵적 합의’였지만, ‘지방법원장 추천제’ 도입으로 투표권을 가진 판사들의 발언권이 세지면서 일부 법원에서는 대체로 지켜지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A 배석판사가 소속된 재판부의 부장판사는 달랐다고 한다. 이 부장판사는 “당사자가 시인하는 사건은 판결이 어렵지 않으니 그런 사건은 ‘주 3건 판결’로 계산하지 말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A 배석판사는 “다수의 합의를 부장판사 마음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며 맞섰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인권위에 진정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배석판사들 간에 ‘1주일에 3건까지만 판결한다’는 합의가 있었던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었다. 이번 인권위 진정을 두고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판사들끼리 일 적게 하겠다고 ‘담합’한 사실을 수면으로 떠올렸다”며 “’집단적 재판 태업’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이후 민·형사를 막론하고 재판 지체 현상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사 합의부 1심 재판은 2017년에는 평균 293일 걸렸는데 2020년(309일), 2021년(364일), 2022년(420일)에는 매년 50일 넘게 더 늘어지고 있다. 형사 재판도 비슷한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