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물그대있으니 召我 박정열 ✶ 언제부터인지 알 순 없지

양곡(陽谷) 2022. 11. 9. 17:26

#물그대있으니
                                                 召我 박정열


언제부터인지 알 순 없지만
낙엽 지는 소리에 눈물 글썽이었고
눈이 내리면
다시 봄이 오리라는 믿음이 사라져
지는 해를 바라보며
밤이 올 것을 염려하는 조바심은
우레같이 우는 초침 소리 그 밤이
너무 싫었어

흐르는 물 같은 세월이라 말하지만
육신은 고사목처럼 볼품이 없고
기억은 흐릿해져
시시때때로 허둥대다가
한 올 한 올 서리 내린 머리카락은
세월의 부피를 차곡차곡
쌓으면서 눈가 늘어 나는 주름보다
안면에 자리 잡는 검버섯이
너무 싫었어


  우연히 나를 찾아와 준 그대는 내 안에 생기를 불어넣고 끓는 피, 힘 있게 돌아 세상을 밝히는 해가 솟아오를 때 용틀임하는 혼이 살아나 의욕이 넘치고 새로운 빛에 세상이 온통 기쁨에 물들어 꽃은 아름답고 새소리는 휘파람이 되었어

  솟구치는 정열에 이끌리어 찬바람 파고들던 어깨에 물먹은 눈덩이처럼 억누르는 중압감은 갈잎이 흐느끼는 처절한 울음이고 외로움에 저린 시름이었어 나비가 빠져나간 빈 고치 같은 몸과 마음에 언 땅에서 솟는
불굴의 생명력 새싹 그 몸짓이었어


그날 찾아온 그대는 강물도 아니었어
세찬 빗소리도 아니었어
가랑비나 안개인 듯 는개인 듯
녹는 눈처럼 이슬인 양
그래 맞아
형체 없이 흔적 없이
푸른 빛 바람으로 그렇게 물들었어

서러움의 무덤 고독과 무기력에 지친
끝없는 추락 앞에 허공을 허우적거리다가
늪지로 빠져드는 상실감은
해 질 녘 몸부림치는 하루살이의 몸짓
심장의 거친 고동 소리는
그대가 안겨준 선물 봄날의 생기였어
강인한 생명력 새싹의 그 힘이었어


  겨우내 환희를 꽃피우려는 꿈 쉼 없는 봄을 향한 몸부림 생명을 잉태한 씨앗의 사투로 얻어진 희망의 기쁨 꽃보다 삶이 아름답다고 외치는 우렁찬 함성, 물(水)의 노래는 격랑의 찬가였어 그대를 찬양하노라 또한 믿노라. 그대의 더 큰 능력을

'시와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동행  (0) 2022.11.12
짝사랑 ㅡ 나훈아 노래  (0) 2022.11.10
인생가을  (0) 2022.11.08
부모  (0) 2022.11.07
시몬 낙엽  (0) 202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