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정책론

결혼과 출산 기피, 대안은 있는가?

양곡(陽谷) 2017. 3. 13. 09:42
결혼과 출산 기피, 대안은 있는가? [이용교의 복지평론]

결혼과 출산 기피, 대안은 있는가?
이용교 광주대 교수·복지평론가

입력날짜 : 2017. 03.05. 19:26

최근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이 한 발언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출산율이 하락하는 원인을 찾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인구정책포럼’에서 발표가 여성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발표자는 출산율 하락을 혼인율과 유배우자 출산율로 나누어보았다. 그는 출산율이 낮은 이유로 결혼한 사람이 자녀를 적게 낳기 때문이 아니라 혼인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혼인율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공부를 마치고 직장을 잡은 후에 결혼하는 문화를 고려할 때, 공부기간을 줄이고 미혼남녀가 사귈 수 있는 계기를 늘려서 결혼에 골인하는 시간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대학교 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고, 남자들은 군대를 의무적으로 가기에 다른 나라보다 취업이 늦고 결혼연령도 늦어진다. 발표자는 교육투자기간을 줄이기 위해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휴학, 연수, 자격증 취득 등이 채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어학연수, 자격증 취득 등을 위해 휴학을 하고, 졸업이 늦어져서 입직연령이 늦어진다는 분석은 맞지만, 왜 젊은이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가 크고, 같은 직장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에 차별이 심하다. 처음 시작이 대기업 정규직인 사람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인 사람은 삶의 질에서 차이가 크고, 결혼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도 달라진다. 이 때문에 시간과 돈이 더 들더라도 스펙을 쌓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바꾸지 않고, 그러한 환경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젊은이를 비난하는 듯한 대안에 공감하기 어렵다.

교육투자기간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6년을 5년으로 줄이고, 중·고등학교 6년을 5년으로 단축시키며, 대학교에서 학습력을 획기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현재 학제는 유치원이 거의 없는 시점에 만들어졌다. 아동이 유치원에서 읽고 쓰고 셈하기 등 기초학력을 키웠기에 초등학교 교육기간을 줄일 수 있다. 컴퓨터의 대중화로 정보의 바다 속에서 이를 활용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에 중·고등학교의 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 대학교는 전공학습에 집중하여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맞는 학습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국가가 교육제도 등을 혁신해 교육투자기간을 줄이고 효과성을 높여야 하는데도 이를 방임하고 학생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도 직무와 상관없이 불필요하게 높은 수준의 외국어 능력을 요구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동시장을 바꿀 수 있는 정부와 기업은 팔짱을 끼고, 그 시장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구직자를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발표자는 미혼 남녀들이 상대를 만날 수 있도록 “바쁜 일상을 대신하여 가상공간에서 배우자를 탐색하는 기회를 늘리자”고 했다. 과거에는 가까운 사람들에 의한 중매로 결혼했고, 최근에는 연애로 바뀌고 있기에 IT를 통해 만남의 계기를 늘리자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런데, 가상공간을 통해 상대를 탐색하더라도 데이트를 하고, 애정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바쁜 일상을 대신하는 정책과 함께 노동자들이 계약된 시간에 정시 퇴근하여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고 주말에는 친구와 가족과 어울릴 수 있는 여유시간을 가져야 한다. 어떤 사람은 과로로 힘들어하고, 어떤 사람은 일자리가 없어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청년실업과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지 않고는 결혼율을 높이기 어렵다.

발표자는 “여성의 하향선택결혼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관습”을 바꿀 수 있는 문화 콘덴츠를 은밀하게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젊은 여성들의 분노를 가장 촉발시킨 구상이었다. 여성이 많이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 다닐수록 눈높이가 높아지기에 짝을 찾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노동시장에서 성차별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성은 더 노력하지 않으면 그 직업을 유지하기 어렵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차별을 없애고, 자녀 양육 후에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 최소한 공무원과 교사에게 보장되는 수준이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유럽의 복지국가 수준을 지향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국가와 기업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