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교육

고령화 선진국 일본의 노인요양원

양곡(陽谷) 2016. 11. 3. 12:12

고령화 선진국 일본의 노인요양원

대기노인 50만명의 현실

 

일본 도쿄 북동쪽 다이토(台東)구 *구립특별노인요양원을 방문한 1일 오후 3시.

하루 종일 누워 지내는 노인과 이들을 돌보는 간병인의 지친

모습을 상상했던 예상은 빗나갔다.

4층 휴게실에선 장기를 두는 할아버지, 자원봉사자와 꽃을

가꾸는 할머니들의 표정이 밝기만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웃음을 지으며 쏟아져 들어오는 노인들을 보살피느라

강도높은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간병인들의 뒷모습은 밝지만은 않았다.

이날 목격한 노인 요양시설의 하루는 초고령사회를 맞은

복잡한 일본의 현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도쿄도 다이토구에 있는 구립특별노인요양원에서 간병전문직원인 고바야시 미호(왼쪽)씨가 올해 100살인 가네무라 유키코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도쿄도 다이토구에 있는 구립특별노인요양원에서

간병전문직원인 고바야시 미호(왼쪽)씨가올해 100살인 가네무라

유키코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예상을 깬 도쿄 노인요양원의 밝은 분위기

환한 조명과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요양사들이 친절하고 큰 목소리로 노인들과 게임을 하며 소통하고 있다. 마주치는 노인들이 눈인사를 할 정도로 표정은 비교적 밝았다. 한쪽에서 색종이를 자르던 가네무라 유키코 할머니는 올해 100세를 맞았다. 정정한 외모의 가네무라 할머니는 “한국에 여행을 가봤다. 비빔밥을 좋아한다”라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취미가 서예라는 할머니는 좋아하는 글자라며 ‘고토부키(壽)’를 써서 보여줬다. 장수를 기원하는 뜻이다. 귀가 잘 안들리지만 성격이 밝은 할머니에게 건강비결을 묻자 “잘 먹고 잘 잔다. 딸이 가끔 면회 올 때가 가장 즐겁다. 경로의 날에 나오는 잡곡과 튀김, 여름에 먹는 소면이 맛있다”고 대화를 이어갔다.2001년 설립된 이 시설 4층과 5층에서는 노인 60명이 지내고 있다. 평균연령은 87세. 노인시설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은 전문 청소업체가 철저히 관리하기 때문이다. 상근 직원 30명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노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돌본다. 식사, 독서, 산책, 목욕, 쇼핑, 세탁까지 전문요양사가 일정을 짜고 간병 대상자의 몸 상태와 기분을 체크한다.

 

오후 4시가 되자 직원들이 분주해진다.

피로감이 높아지는 시간대라 직원들은 휴식을 원하는

 노인들을 방으로 옮기기 바쁘다.

 

경력 18년의 고바야시 미호(小林美保ㆍ41ㆍ여)씨는 “YWCA전문학교에서 2년간 공부한 뒤 간병 국가자격증을 취득했다”“교육기간 동안 몸 한쪽이 마비된 상황을 가정하고 노인을 이해하는 체험교육을 받았지만 실제 병상에서 만나는 상황은 항상 다루기 어려웠다”고 말했다.크게 화를 내거나 손찌검을 하는 노인도 있지만 충분히 안심시키고 얘기를 들어주는 게 간병직원들의 기본대응 매뉴얼이다.이들은 노인을 대하는 태도, 언어, 표정까지 엄격하게 관리한다. 돌발상황이 연속해 발발함에도 이들은 항상 웃고 있다.

 

가혹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고바야시는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어 직원들 자신의 건강관리도 쉽지 않다”며 “아무래도 허리가 많이 아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그는 “어릴 때 할머니로부터 귀여움을 많이 받으며 자랐는 데 어느새 돌아가시고 보답할 길이 없었다”라며 “일이 고되지만 노인들이 웃을 때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간다”고 말했다.특별노인요양원 들어가긴 ‘하늘의 별 따기’일본에서 이 정도의 시설에 여생을 맡길 수 있다면 운이 매우 좋은 경우다. 늘어나는 노인인구에 비해 이들을 수용할 복지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한 정도 등 여러 기준을 요구하는 관문을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노인시설 입소를 무작정 기다리는 ‘대기노인’이란 말은 ‘대기아동’과 함께 심각한 고령화를 맞은 일본을 대표하는 표현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노인은 52만명으로 5년새 12만명이 증가했다. 어린이집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아동의 20배가 넘는다.일본 정부가 작년에만 시설마련 예산 900억엔(약 1조120억원)을 조기 투입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이곳 요양원장인 호리 시게루(堀茂ㆍ64)씨는 “부지확보가 힘든 도쿄와 수도권은 경쟁률이 너무 높아 이곳에만 400명이입주를 기다리고 있다”며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특별요양원은 개호보험(介護ㆍ건강보험과는 별도의 노인수발보험)) 보조금이나오기 때문에 본인부담이 적은 데다 일단 들어오면 사망할때까지 지낼 수 있어 신청자가 넘쳐난다”고 설명했다.

 

젊은층 기피에 외국인노동자 몰리는 요양시설젊은층이 힘든 일을 기피하면서 요양 및 간병시설 직원 구하기 역시 힘든 실정이다. 인구가 많은 도쿄의 경우 보통 4명이 필요한 요양시설에 고작 1명 정도가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오는 정도이다. 요양소직원들의 업무강도가 극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비극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지난 2월엔 한 요양원의 20대 직원이 80, 90대 노인 3명을 발코니에서 떨어뜨려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사실을 뒤늦게 자백해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범인은 “일이 너무 힘들었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했다”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일본 간병인력의 평균임금은 월 20만7,800엔(약 225만원)으로, 다른 산업부문 근로자 평균에 비해 100만원 정도 적다. 사정이 이런데 지난해 말 기준 520만명인 일본의 치매환자는 2025년이면 700만명으로 늘어나 65세이상 5명 중 1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간호인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초고령 노인과 치매환자들은 끊임없이 사회로 쏟아지는 형국이다.급기야 일본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외국인 노동자에게 ‘방문 간병’을 허용키로 했다. 일본에 건너온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출신이 대상이다. 또 시설에 근무하며 업무를 배워 체류기간(4년)중 간병복지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이후에도 일본에 남을 수 있게 된다.일본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자리를 임금이 싼 외국인이 대체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림 2일본 도쿄도 다이토구에 있는 구립특별노인요양원 4층 휴게실에서 간병직원과 자원봉사자가 노인들의 취미활동을 돕다 잠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그림 2일본 도쿄도 다이토구에 있는

 

구립특별노인요양원 4층 휴게실에서 간병직원과

자원봉사자가 노인들의 취미활동을 돕다 잠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도쿄 다이토구 구립특별노인요양원에서 노인들이 간식을 먹고 있다.
도쿄 다이토구 구립특별노인요양원에서


 노인들이 간식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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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다이토구 구립특별노인요양원의 1인실.
도쿄 다이토구 구립특별노인요양원의 1인
도쿄 다이토구 구립특별노인요양원의 1인실에서 한 할머니가 TV 채널을 돌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곳은 입소 희망자가 400명이나 밀려있을 정도로 환경이 깨끗하며 엄선된 전문인력이 노인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도쿄 다이토구 구립특별노인요양원의

 1인실에서 한 할머니가 TV 채널을 돌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곳은 입소 희망자가 400명이나 밀려있을 정도로 환경이 깨끗하며

엄선된 전문인력이 노인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도쿄=박석원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