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이야기
10여 년 전만 해도 황혼이혼은 뉴스감이었는데 이제는 이는 옆집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이혼은 하루 333쌍, 한 시간에 14쌍이 라고한다고 한다. 통계청 발표에 이하면 지난해 이혼한 부부 11만4000쌍 중 결혼한 지 20년이상 된 부부의 이혼율이 26.4%로 신혼이혼율보다 높다고 한다. 참 씁쓸하지만 현실이다. 황혼이혼이라는 말이 이제 낮설지 않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 '수십년 참았는데 다 늙어서 이혼하면 뭐 하느냐'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고 말았다. 사회풍조가 자식이나 남들의 이목보다는 노후의 행복에 더 큰 가치를 두게 되었다.
여성들이 황혼이혼을 요구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남편의 권위적인 자세, 일방적인 대화, 퇴직으로 인한 경제적 상실, 매사에 잦은 간섭 등이다. 이제는 여권이 크게 신장되어 여성이 自我에 대한 갈망이 크다. 황혼 이혼을 하면 남자는 외로움과 고통을 느끼고 여자는 자유와 해방감을 느낀다고 한다.
황혼이혼은 옛날에도 있었다. 공자는 노후에 이혼 당했고, 강태공은 나이 오십에 부인이 도망 갔는데 강태공이 출세하자 부인이 찾아와 용서를 빌자 '물을 마당에 엎지르고 다시 담으라'라고 하며 매정하게 뿌리쳤다. 이래서 복수불반(覆水不返)이라는 4자성어가 생겼다.
톨스토이는 부인 소피아의 잔소리를 견디다 못해 가출하여 방황하다가 시골 간이역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톨스토이는 대지주였는데도 말이다. 소크라데스는 크산티페에게 물벼락을 맞기일수였고, 하이든은 악처 마리아 안나에게 시달림을 받았다.
황혼이혼이라는 말의 발원지는 일본이다. 일본어로 후가락(後家樂)이란 말이 있다. 後家란 과부 또는 미망인을 뜻하는 것으로 혼자되고 나서 가지는 인생의 즐거움을 말한다. 시시콜콜 잔소리하고, 사소한 일에도 쓸데없이 간섭하고, 귀찮게 구는 남편을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고 後家가 되면 아들은 엄마 말 잘 듣는 마마보이로 키웠겠다, 이제는 경제권 등집안의 실권을 쥐었으니 오늘은 온천, 내일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모레는 친구들과 경치 좋은 교외로 나가서 맛있는 점심 그리고 일 년에 한 두번은 해외여행을 즐긴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은 초 고령사회로 남편이 좀처럼 저 세상으로 떠나 가지 않으니까 기운이 남아 있을 때 즐기자고 남편이 퇴직금을 받자마자 황혼이혼을 하여 위자료 받아 남은 인생을 즐긴다고 한다. 일본 여자들은 순종형으로 남편의 온갖 횡포에도 꾹 참고 결혼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제는 남편이 퇴직하면 그 동안 참고 참았던 세월을 보상 받으려고 하는 것이란다.
이와같이 일본에는 황혼이혼이 다반사가 되였는데 10여 년이 지난 우리나라도 황혼이혼이 유행의 물결을 타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분들은 워낙 유행을 잘 타서 이 물결이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서서이 밀려 올런지, 아니면 바다의 파도 마냥 세차게 밀려 올런지 예칙할 수 없다.
문제는 황혼이혼의 80%는 여자쪽에서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혼을 하면 결혼기간 중 공동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재산에 대해 최대 40%~50%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위자료까지 받는다. 이혼을 하는 경우 남자가 위자료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 만큼 남자가 약자이고 피해자이다. 황혼이혼은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고 돈 가진 노인에게는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존재이니까 조심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남자가 은퇴를 하면 가정의 주도권이 남편에게서 아내에게로 넘어간다. 이를 모르고 남편들이 계속해서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이면 자연히 아내와 불화가 생기고 만다.
황혼이혼을 생각하는 이유 중 큰 하나는 평생을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하며 먹이고 입히고 시집 장가 보내고 이제는 좀 내 인생을 찾나 했더니 퇴직으로 할 일이 없어진 남편이 집에 들어 앉아 사사건건 간섭하고 잔소리를 하기때문이다. '시집살이'가 따로 없어 '남편살이'란 말이 생길 정도다. 이래서 '왜 주부은 은퇴가 없느냐?'고 주장하고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는 은퇴를 하면 하루 종일 '파자마 맨'으로 거실에 '居室 男'으로, 'TV 맨'으로 하루 종일 TV만 보다가 세끼 밥 다 차려 달라는 '삼식(三食)이'가 되어 버리고 만다. 부인 입장에서 보면 죽을 맛이다. 어찌 이뿐이랴. 최악은 '젖은 가랑 잎 男'으로 마누라 옆에 찰싹 달라 붙어 하루 종일 어디에 가나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 다니는 밸 없는 족속들이다.
남자가 '노년이 되면 필요한 5가지'는 우수개 소리로 첫째 마누라, 두째 아내, 세째 애들 엄마, 네째 집시람, 다섯째 와이프라고 한다. 정답은 돈, 건강, 친구, 취미생활 그리고 화목한 가족이다. 마누라는 마지막이다.
나이가 들면 여자들은 사회활동이 활발해 진다. 고교, 대학동창은 기본이고 초등학교동창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성당이나 교회모임이 활발해 진다.
여기에 백화점 문화 센터나 복지관 또는 구청 등에서 주최하는 컴퓨터교실, 문학교실, 수채화나 유화그리기, 요가, 에어로빅, 댄스동아리, 노래동아리,기타배우기 등등 한이 없다. 아니 빠쁘다. 여자는 잘 뭉친다. 이러니 남편이 거추장스럽고 얼른 폐기처분하고 싶어진다. 싫건 놀다가 집에 들어가면 밥 달라는 노친네가 있으니 얼마나 귀찮겠는가.
'그까짓 이혼, 하자면 못할 줄 알고?' 이런 생각은 오산이다. 노년의 이혼은 젊은 시절의 이혼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에게는 배우자와 가족이 소중해진다. 배우자는 같이 늙어갈 유일한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는 이혼을 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배우자와 가족을 이룰 수도 있지만 황혼이혼의 경우 그런 일이 쉽지 않다. 결국 대부분 혼자 쓸쓸하게 늙어가는 비참한 결과만 초래될 뿐이다.
황혼이혼을 방지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배우자를 진정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삶의 소중한 동반자로 여기고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렇다면 황혼이혼을 당하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은퇴 후 부부의 관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남편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은퇴는 남편들에게만 제2의 인생이 아니라, 부인들에게도 또 다른 시작인 것이다. 아내들은 남편이 정년을 맞으면 가사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어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아내들에게 은퇴 전과 같이 가족과 남편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기적인 생각이다. 오히려 부인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그동안 무심했던 집안일을 도와주어야 한다. 가사분담을 통해 간단한 음식 준비, 세탁기 사용, 집안 청소, 쇼핑 등을 남편이 스스로 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다. 아내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생활력에도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방법은 간단하다.부인이 하는 집안 살림을 도와 주면 된다. 살림보조가 되란 얘기다. 우선 제일 쉬운 것은 청소이고, 세제를 적당히 넣고 세탁기를 돌리는 법을 배우면 된다. 이것들은 배울 것도 없다. 다만 노동을 귀찮게 생각하지 않는 마인드 컨트롤만 하면 된다.
늙으면 등산, 산책, 헬스,골프 등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집안 일을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운동과 노동의 차이점은 종이 한 장 차이로 '즐긴다'에 있다. 노동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운동이 된다.
밥은 전기밥통이 알아서 해 준다. 문제는 반찬 만들기인데 이것은 식당보조로 취직했다 하는 낮은 자세로 부인에게 하나씩 배우면 된다.
부인이 외출하면 인터넷을 보고 따라하면 된다. 너무 쉽다. 아마 마누라가 해준 반찬보다 더 맞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준비해서 귀가한 마누라에게 저녁밥상을 차려주면 감격해서 눈물을 흘릴런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면 황혼이혼을 당할 염려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자유 시간을 존중하되 함께하는 시간도 되도록 많이 가져야 한다.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많이 찾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등산, 산책, 탁구 같은 운동을 함께 즐기거나 헬스클럽을 함께 다니며 건강관리를 하면, 취미생활도 같이 하고 건강도 지키게 되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재미있는 영화를 함께 보거나 부부가 함께 여행을 하는 것도 좋다. 맛있는 식당을 함께 찾아다니며 식도락을 즐기는 것도 노년에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좋은 취미활동이 될 것이다.
부부는 경쟁자가 아니다. 누가 누구 위에 존재하는 상하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평등한 위치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단점을 보완해주는 동지적 관계이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연인이며, 동료이다. 이러한 사실을 명심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의 노후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배우자의 행복은 곧 나의 행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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