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이상돈·조국 교수를 < 시사IN > 편집국에 모셨다. 대학 선후배인 두 사람은 지난 4·11 총선에서 여야 지지로 나뉘어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이 교수는 새누리당 최고위원 격인 비대위원을 맡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총선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직 제안을 거절한 조국 교수는 투표 독려 운동과 SNS 활동을 통해 야권에 힘을 실었다.
< 시사IN > 고정 칼럼의 필진이기도 한 두 사람은 12월 대선을 놓고도 견해차가 뚜렷하다. 이 교수는 '박근혜 대망론'을 설파하며 전략전술을 조언 중이고, 조 교수는 재작년 발간한 베스트셀러 < 진보집권플랜 > 을 현실화하기 위해 야권에 다양한 주문을 내놓고 있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대담에서 양 진영의 고민과 전략이 생생히 드러났다. 대담은 4월25일 이뤄졌다.
사회
:말 되는 보수와 말 되는 진보가 만나 소통해보자는 게 이 대담의 취지다. < 시사IN > 이사 기념이기도 하고(웃음). 대학 선후배 사이인데, 평소 잘 알고 지냈나?
조국
:제가 82학번이고, 이 교수님이 70학번. 저한테 대선배이시기 때문에 경청과 존중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상돈
:박근혜·김문수가 모두 70학번이다(웃음).
조국
:기분 좋으시죠?
이상돈
:기분 좋을 게 뭐 있어.
조국
:이룰 만큼 이루셨잖아요.
이상돈
:어휴, (총선) 결과가 좋아서 그렇지 얼마나 걱정하고 얼마나 쫄았는데…(웃음).
사회
:말 나온 김에 4·11 총선 평가를 간단히 하고 넘어가자.
이상돈
:(비대위에 합류해달라는) 박근혜 위원장 전화를 받고 각오는 하고 갔는데,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다. 내가 뭘 해야 되는지 잘 알았는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도 너무나 잘 알았으니까. 특히 공천에서 실망하거나 미흡한 부분이 많았는데,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조국 "선거 일주일 전부터 표 떨어지는 소리"
사회
:정말 의외였나?
이상돈
:진짜 모두가 기대를 안 했다. 특히 강원·충청에서 새누리당이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공천 신청자가 많지 않아서 심사도 설렁설렁했는데, 금배지 주운 사람 많다(웃음).
사회
:원인이 뭐였다고 보나?
이상돈
:무엇보다 박 위원장 영향이 컸고, 저나 김종인 박사나 나선 게 MB 심판을 피해가는 데 주효했던 것으로 본다. 위기의식 때문에 보수가 뭉쳤다고 언론들이 분석하는데, 크게 비중을 두고 싶지 않다. 나올 만큼 나온 거지. 박근혜의 도박이 성공한 거다.
조국
:저는 민주당(민주통합당), 통진당(통합진보당)이 만들어지고 양당이 선거연합을 한다고 했을 때 민주당이 단독 과반으로 1당을 하고, 통진당도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천 잡음에 각종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지지율이 쭉쭉 빠지기 시작하더라. 선거 일주일 전에는 '단독 과반은커녕 1당도 빼앗기겠구나' 싶었다. 반MB에 대한 대중적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1당은 하리라고 봤는데, 두 야당의 정치력이 문제였던 거다. 백낙청 교수가 말한 '2013 체제'에 대한 요구도 뜨거웠는데, 플레이어인 두 정당의 실력이 뚝뚝 떨어진 거다.
사회
:출구조사 결과는 야당에 좋았다.
조국
:너무 잘 나와서 '이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선거 일주일 전부터 표 떨어지는 소리가 마구 들렸으니까.
이상돈 "새누리 비대위 독재한 것 맞아"
사회
:조국 교수는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을걸' 하는 후회는 안 했나?
조국
:능력도 의사도 둘 다 없었다. 일단 제가 공심위원장을 할 연배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 당시 공심위는 각 계파 파견자가 나와 있는 구조여서 공심위원장의 역할이 제한적일 거라고 봤다. 물론 제가 얼굴 팔고 이름 팔고 병풍 치고 하는 거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는 버릴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 학교에 재직 중인데 그 정도까지 할 수는 없겠다 싶더라.
사회
:야당은 계파가 갈렸는데, 새누리당은 확실히 박 위원장 영향력하에서 총선을 치렀다?
이상돈
:이런 얘기 하면 사람들이 다 안 믿는데, 박 위원장은 인사나 공천 등에 대해 자기 생각을 전혀 표현하지 않는다. 심지어 가까운 ○○○도 공천 못 준 것 아닌가?
사회
:주변에서 알아서 하는 거 아닌가?
이상돈
:알아서 하는 게 과연 잘하느냐, 그건 또 별개의 문제다. 암튼 이번 공천이 지난 총선과 비교해보니 여야 모두 딱 한 달 늦었더라. 너무 촉박했고, 그래서 마지막에는 '빨리 끝내자' 하는 심정이 더 컸다. 그러다보니 이길 수 있는 곳도 너무 준비가 안 돼서 진 곳도 있다. 다시 한 번 하면 잘하겠더라(웃음).
조국
:박 위원장이 의사표시를 안 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박 위원장 의사가 관철되는 구조다. 새누리당은 비대위가 만들어지면서, 당원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비상체제를 만들었고, 굳이 표현하면 독재를 한 거다. (이 교수님은) 여군주 체제에서 선출되지 않은 최고위원을 하신 거고. 반면 민주당은 봉건군주 연합체다. 효율성에서 각각 장단을 갖고 있는데, 한명숙 대표가 여군주는 아니니까 전쟁 상황으로 들어가면서 의사 결정이 민주당은 늦고 이쪽은 차기 권력이 정해져 있으니 의사 결정이 빨랐던 거다.
이상돈
:독재한 거 맞다(웃음). 비대위가 항구적인 것이 아니고 총선 성패에 모든 걸 걸었으니까. 솔직히 100일 동안의 비상체제가 내심 실패하기를 바라는 사람도 적잖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지만 박 위원장을 비롯해 몇몇 사람이 모든 걸 걸었고, 또 언론이 관심을 많이 보여줘서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사회
:교수님이 악역을 자처하면서 흥행에 도움을 준 거 아닌가?
이상돈
:처음부터 분명하게 (박 위원장에게) 미션을 받았던 거 아닌가? 서로 말은 안 했지만. 당에서 상상할 수 없는 저항이 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고, 그 밖에 몇 가지 요소가 있어서 흥행이 됐다.
사회
:야권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기대를 했는데 약발이 제한적이었다는 평이다.
조국
:SNS는 지역적으로는 수도권·도시에 강하고 농촌 지역은 (사용자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효과적이었지만 전국판으로 가면 반감된다. 대선도 전국판이다. 따라서 진보 진영에서는 SNS에 대해 '역할이 끝났다'가 아니라, '지방 친구들에게 SNS 하라고 권하기'와 '오프라인에서 영향력 확대하기'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총선 결과가 대선에 미칠 영향
사회
:20대의 정치 참여도 큰 이슈였는데, 이준석·손수조 발굴이 화제가 되고, 정작 야권의 2030 세대는 눈길을 못 끌었다.
이상돈
:이준석은 박 위원장의 회심에 찬 승부수였고, 손수조는 사실 (예비후보 때) 내가 두 번째인가 세 번째인가 (지지 요구에 대한) 회답을 해준 게 힘이 됐다고 한다. 내부에서도 문재인 어떻게 할 것이냐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보니까 갈 사람도 없더라. 그래서 이럴 바에는 판을 키우지 말고 주변을 공략하는 게 옳다고 봤는데, 그 사이 손수조가 20%를 먹어버리더라. 돌이켜봐도 당의 입장에서는 잘했다고 본다. 이준석은 처음에는 사고 낼까 불안 불안했는데, 몇몇 인터뷰 보니까 30분짜리도 너끈히 소화하더라. 다만 이 두 사람에 대해서는 인생 선배로서 좀 걱정이 있다. 26~27세에 이렇게 정치 맛을 알아버리면 솔직히 좀….
조국
:20대 대표를 뽑자, 20대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건 좋은데, '슈스케' 방식보다는 손수조 방식이 더 눈길을 끈 게 사실이다. 청년대표도 비례보다는 지역구에 배정해 일반 유권자의 지지로 당선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새누리당이 문재인 저격하라고 손수조를 보낸 것처럼, 야권도 여당 후보의 대항마로 20대들을 배치했어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 쪽에 인물도 많을 텐데 왜 못 넣었을까 싶다.
사회
:총선 결과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까?
조국
:박근혜 위원장이 유리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7~8개월이면 긴 시간이기 때문에 그 사이 야권은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상돈
:저는 과대평가가 오히려 걱정이다. 당장 수도권 선거대책을 누가 이끄느냐가 답답한 문제다. 서울 서초·강남 빼고 다 떨어졌으니. 다만 그동안의 (박 위원장에 대한) 당내 흔들기는 해결됐고, 강원·충청 회복한 거는 좀 자신감을 주는 대목이다. 진짜로 확실히 붙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황영철 대변인도, 이학재 비서실장도 살아올 거라고 생각 못했다.
조국
:강원·충청은 저도 의외였다. 새누리당은 긴장이 유지됐던 거고, 민주당은 선거 전부터 다수파가 됐다고 생각하니까 세력 분배에 더 신경을 쓴 거다. 새누리당은 비상체제로 들어갔고, 야권은 연합체라 더 느슨했던 거다.
사회
:친박계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이회창 대세론' 때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상돈
:나도 듣는 얘기가 있지만, 이회창 때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그 당시는 뭐 법무장관 후보가 80명이었다나?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다. 다만 박근혜 위원장의 의사 결정 패턴이 좀 독특한 면이 있는데, 근래 힘 좀 받았다는 사람이 어제오늘 사이에 굉장히 흔들렸잖은가. 그런 것이 빨리 불거진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본다.
사회
:근래 힘 좀 받았다가 흔들렸다는 사람이 최경환 의원인데, 유승민·이혜훈 이런 분들도 한때 역할을 맡으셨던 분들인데, 왜 최경환 흔들기에 나선 건가?
이상돈
:실명은 빼고, 아무래도 2007년 경선 때 주도했던 그룹이 있고, 후에 새롭게 역할을 맡은 그룹이 있지 않을까. 이번에 비대위 하면서 수혈한 그룹도 있고. 그런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갈등과 마찰이 아닌가 싶다. 장기간 가면 안 되니 곧 봉합이 될 거다. 또 대선이 되면 이제는 당이 중심이 될 테니까 거창한 대선 캠프가 필요하겠나? 지난 대선 때 MB 캠프가 비정상적이었지. 미국에서 캠프라는 게 몇 명이나 있나. 중요한 건 원외 전문가들이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지키고. 의원들이 총출동해 지역구 버리고 당사 얼쩡거리다가 장관 같은 자리 해먹고, 그렇게는 절대 안 갈 거다. 이회창 전 총재하고 박근혜 위원장이 닮은 점도 있지만 그런 점에서 완전히 다를 거다. 특히 그렇게 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주변이 없다는 거다. 그게 제일 좋다.
조국
:이 교수님은 MB 정부에서 4대강이든 뭐든 맹공을 하며 차별화를 이루셨고, 그것이 이번 총선에서 박 위원장에게 큰 도움이 됐는데, 문제는 박근혜 개인의 활동을 보면 국회에서 MB에 반대한 투표를 한 적이 거의 없다. 행정수도 같은 상징적인 것 몇 개 빼고는. 따라서 박근혜가 추구하려는 제3의 길이라는 게 뭘까 의문이 있고, 또 박 위원장이 당 강령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었지만, 실제로 새누리당 의원 중에는 경제민주화를 소신으로 반대했던 분이 많다. 김종인 비대위원도 이상하다고 얘기할 정도로. 그래서 박근혜의 길이라는 게 뭘까 자꾸 의문이 든다.
박근혜, 대처가 될까 메르켈이 될까
사회
:대처의 길을 갈까, 메르켈의 길을 갈까, 궁금하다고 쓴 걸 봤다.
조국
:외관상으로는 메르켈을 택할 것처럼 말한다. 근데 박근혜의 사람들이나 박근혜의 마음에는 뭐가 있을까, 저는 대처같이 보인다. 겉으로는 메르켈의 모습을 갖고 있지만, 자기와 반대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MB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진압할 것 같은. 또 이분이 집권하는 청와대에서 시민사회와의 협치가 있을까도 걱정이 된다. 어릴 때부터 영부인 역할을 하면서 권력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경험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데 능하지 각 분야와 소통을 통해 협치를 하는 건 익숙지 않을 것 같다.
사회
:수도권과 2030 세대에서 박근혜 리더십이 취약한 이유가 그런 것이라고 보나?
조국
:도시 사람이 갖고 있는 정치의식, 문화적 감수성으로 볼 때 박근혜는 자신들 사람이 아닌 거다. 자기 얘기 들어줄 것 같지도 않고. 나아가 박 위원장에게서는 포용력, 소통, 푸근함 같은 여성성의 장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선거에서의 냉정함과 단호함 같은 아버지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은 모습만 부각된다.
이상돈
:박근혜가 추구할 제3의 길은 토니 블레어 식이라기보다는 두 개의 전 정권의 실패를 극복할 제3의 길이라는 의미다. 정책적으로는 재정건전성 문제 등을 기초로 야권과 차별화하고, 이미지상으로는 박정희와 박근혜를 패키지로 묶으려는 시도를 극복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박근혜의 길을 선보일 기회가 사실상 없었다.
조국
:박 위원장이 지금까지 보인 모습과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이분이 발언하는 방식, 사람 만나는 방식이 지나치게 폐쇄적 아닌가? 친박 의원들에게조차 권위적이고, 아무도 믿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고.
이상돈
:이해할 필요가 좀 있는 게, 어릴 때의 청와대 생활이나 부모 사망 등을 거치며 아무래도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어울리는 경험이 부족한 편이다. 그에 비해 대중의 요구는 너무너무 많고. 의원실에 전화 한번 해보자는 사람이 무지 많다더라. 감당을 못한다.
조국
:의원들 사이에서도 박 위원장에게 가서 말하기를 겁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이런저런 소통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언했더니 "○ 의원이 하세요"라는 대답이 나와 주변 분위기가 싸해졌다는 얘기도 있더라. 이 교수님은 무한 신뢰와 애정을 갖고 있고, 요구와 관계없이 자신의 일을 하시니까 좋게 보실 수 있지만, 박 위원장의 피해의식이나 방어 캐릭터는 바뀐 적이 없고, 바뀔 거 같지 않다. 그런 캐릭터의 경우 적이라고 생각하는 쪽은 말할 것도 없고, 보통 시민들과의 소통도 불가능하다.
이상돈
:보통 시민과의 소통을 잘한 사람이 과거 우리 대통령 중에 과연 있나?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박 위원장은 격을 갖추는 보기 드문 사람이다. 정치가 너무 격을 잃었다. 용어도 상스럽고. 그런 면에서 보통 기준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박근혜만의 독특함이 있다.
사회
:대선 과정에서 박 위원장은 아버지 부분은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이상돈
:특별한 길은 없을 거 같다. 본인도 부친의 명암을 다 알고 있을 거고. 다만 외부에서 좀 집요하게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라도 굉장히 저항감을 느끼겠다. 자식에게 부모를 평가하라는 건 좀…. 그러니 아버지에 대해서는 "도전정신을 물려받았다" 그런 정도의 언급만 나오더라. 대선 과정에서 뭔가 얘기는 나오겠지.
조국
:어떤 방식으로든 아버지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을 거다. 본인 마음과는 별도로 전략적 차원에서라도.
이상돈
:그런 걸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본인이 할 일 아닌가? 이번 총선에서도 이 교수님이나 김종인 위원이 해결사 구실을 했는데, 아버지 문제도 다른 인물이 해결한다는 건가?
이상돈
:대신한다기보다, 글쎄, 내가 잘못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부분은 집권에 성공하면 집권 내내 풀어가야 할 게 아닐까.
조국
:집권 이후 말고, 국회 다수당이 됐으니 대선 전까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MB 정부가 저지른 일이긴 하지만 언론사 파업은 어쩔 건지, < 부산일보 > 정수장학회 문제도 그렇고. 둘째는 정봉주 건인데, 호불호를 떠나서 정봉주 정도의 발언으로 징역 1년을 산다는 게 말이 되나? 선거 과정에서 가장 철저히 해야 할 게 검증인데, 상대방이 검증에 나섰다고 감옥에 보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봉주 사면을 건의할 생각은 없으신가?
이상돈
:알량한 다수파지. 병정 숫자는 많은데, 화력은 말이 안 되는. 하하하. 언론 파업 문제는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야권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면 해결의 주도권을 야권이 가졌을 텐데 이렇게 됐기 때문에, (박근혜 위원장이) 풀어야 한다. 공권력 투입으로 푼다는 게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진을 찾아야 한다. 정봉주 문제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1년씩이나….
조국
:청와대에서 얼마나 얄미웠으면 그랬겠나. 강력한 미움의 메시지가 민정 라인을 통해서 전달됐다고 본다. 그리고 제 편견인지 모르겠지만 박 위원장의 헤어스타일 한번 생각해보신 적 있나? 요즘 여성의 헤어로는 이해할 수 없는 1970년대식 헤어, 육영수의 헤어가 이 사람을 평생 규정하고 있는 거다.
이상돈
:그런가? 난 신경을 안 써서. 하하.
조국
:박근혜는 자신의 부모를 정치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몸'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그 신념은 존중하는데, 그 신념이 과연 현 시대의 요구 사항과 맞는가, 자신이 내걸었던 새누리당 강령과 맞는가는 검증되어야 한다.
사회
:김문수 경기지사를 비롯해 여권 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데, 이 교수님이 제기한 경선 무용론은 여전히 유효한가?
이상돈
:나오겠다는 거야 말릴 수는 없는데, 큰 의미가 있겠나 싶다. '경선이 너무 단조로워지면 국민 관심이 떨어지지 않겠느냐'고들 하는데, 멀리 갈 게 아니라 민주당이 이번에 전국 돌아다니며 대표 뽑았지만 총선 실패하고 문성근 떨어졌는데, 이게 흥행에 성공한 건가? 반면 1952년에 미국 아이젠하워는 추대됐지만 압승했다. 그리고 지금 하려는 당내 경선이 과연 건전한 경선, 의미 있는 경선이 되겠느냐 하는 데 의문이 있다. 서로 흠집 내고 괜히 내상만 입고.
조국 "야권, 연합체의 장점 최대한 살릴 때"
사회
:완전국민경선제를 무모하다고 딱 자르셨더라.
이상돈
:절대 안 된다. 이빨 하나 들어갈 여지도 없다.
사회
:역선택을 우려하는 건가?
이상돈
:그런 것도 있고, 지금 새누리당 경선 룰은 2007년에 친이계가 주도해서 만든 룰이다. 이게 문제라고 봤다면 자기들이 정권 잡았을 때는 왜 시도 안 했나? 지방선거부터 해보지. 정치적 의도가 있고, 순수하지 않다. 수도권 취약하니까 해야 한다는데, 2002년 이회창 패배의 일등공신이 정몽준 아닌가.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말을 하고 있다.
사회
:야권에서도 대선 주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국
:안철수 선생까지 포함해서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거론된 인물 외에 민주당, 진보당 인물들 다 나와서 각자 자기 영역을 확대하고, 그래서 야권 전체의 자장(磁場)을 키워야 한다. 문재인밖에 없다, 이렇게 하면 지는 게임이다. 새누리당은 비상체제를 통해 여군주를 옹립했다. 그런데 야권은 새로운 군주를 추대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 이제 봉건영주의 연합체제가 지닌 장점을 최대한 살릴 때다. 통합진보당에서 심상정·이정희 나와야 하고, 민주당에서 김부겸·박영선이 나왔으면 좋겠다. 486에서 이인영도 나오고.
사회
:조국 교수님은 '안철수를 기다리면 안 된다'고 언급하셨는데?
조국
:이런 상황이면 안철수가 들어온다고 해도 여군주를 이기는 게 쉽지 않고, 그 전에 안철수의 선택을 모르는 상황에서 야권의 활동을 바깥 변수에 의존하는 것은 틀렸다. 범야권 연대의 자장을 확대해가는 노력이 먼저고 그러다 안철수가 오면 웰컴인 거다.
사회
:이미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등을 경험했는데, 지금 거론된 사람들을 가지고 그 이상의 감동이 가능할까?
조국
:친노, 호남, 진보, 안철수 팬 등의 공통 지지를 받는 게 기본 요건인데, 현재는 이 요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후보가 없다. 사람들 마음에 불을 지를 수 있게 변신해야 한다. 경쟁이 붙다보면 불 지르는 사람이 탄생할 거라 본다.
사회
:어떤 사람이 불을 지르게 될까?
조국
:범야권에 필요한 인물은 두 가지를 갖춰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진보적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가치의 구현자이자, 동시에 친노·비노, 호남·영남, 나꼼수·진중권 나뉘지 않게 통합의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 통합의 비전은 진보 진영을 넘어 국민 전체의 통합까지도 포괄해야 하고.
진보 우세냐, 보수 우세냐
사회
:대선 후보 경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좀 허황하게 들린다.
조국
:허황되고 이상적인 주장으로 들릴 수 있는데, 정치는 짧은 시간에 학습과 변신이 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표 사례다. 그때보다 야권이 준비와 경험을 더 많이 했다.
이상돈
:많은 사람이 나와야 흥행이 된다는 게 나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 민주당 경선에 돈을 얼마나 썼나! 나는 당에서 돈 받은 게 부산 유세 왕복 표값밖에 없다. 비대위원 거마비도 준다는 걸 받지 말자고 했다. 오히려 기자들 밥 사느라 내 돈만 더 나갔다(웃음). 누가 보더라도 '이 사람이다' 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으면 굳이 경선 안 해도 된다. 미국 닉슨 대통령은 단독 추대가 됐지만 대승했다. 괜히 겁먹어서 도청했다가 자멸했지.
사회
:경선의 효과가 제한적일 거라는 얘기인데, 그럼 어떤 경우에 야권이 가장 위협적일 것이라고 보나?
이상돈
:솔직히 나는 야권에서 누가 나오나 크게 관심 없다. 이번에 통합진보당이 큰 것도 오히려 야권에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보다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보수 우위라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라나는 세대는 진보 우위 아닌가? 그러면 대비를 해야지, 계속 투표율이 낮기만을 바라는 건 희망이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보수 정당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지금은 오히려 박근혜라는 대체 불능한 후보가 있어 그나마 버티면서 한번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거다.
사회
:앞으로는 계속 진보 우세로 가리라는 얘긴가?
이상돈
:이프(If, 만약)가 몇 개씩 붙는다. 박이 되면 보수 진영 사람을 키울 수도 있으니까.
조국
:생각에 차이가 있다. 문화적으로는 진보가 우세일 수 있는데, 한반도 전체의 구조, 전쟁의 경험, 북한 문제, 지역주의로 보면 보수가 여전히 우위다. 손수조나 이준석 같은 젊은 보수도 있고.
이상돈
:대다수 보수는 나이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계심이 TK 사람들에게는 없다.
사회
:그럼 '박근혜 대망론'을 위해 뭘 준비해야 한다고 보나?
이상돈
:우선 총선 중에 한 민생 약속을 아웃풋으로 보여줘야 하고, 둘째 언론 파업 같은 현안에 대한 책임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1당이 됐으니 자기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수도권이나 젊은 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부정부패 척결' 같은 화끈한 이슈를 던져야 한다. 박 위원장이 천막당사 때와 세종시 때 인기가 높았지만, 미디어법 가지고 미적거릴 때는 인기가 떨어졌다. 그런 걸 보면 문화적 접근은 한계가 있고 수도권이나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마침 MB 정권 비리가 터져나오는데 부정부패 척결을 가차 없이 추진하면 야당의 비판도 잠재우고 취약층의 인기도 얻을 것 같다. 김호기 교수 말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동쪽은 누룽지까지 긁었다는데, 서쪽 표를 얻으려면 이 세 가지를 해야지.
조국
:부정부패 척결은 누구나 동의할 사안이고, 박 위원장으로서도 MB와 차별화할 수 있는 호재니 부담 없을 거다. 이건 여야 합의해서 추진하면 된다. 이 교수님 얘기를 들으면 박 위원장이 가려는 길이 보이는데, 여기에 딸려가면 야권은 진다. 따라서 야권은 대선 후보 경선과 함께 19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세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가 재벌 개혁인데, 박 위원장은 재벌 개혁 빠진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고 있으니 이것과 차별화된 지점을 보여줘야 한다. 재벌 일감 몰아주기 및 지네발 확장 금지법 등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는 노동의 문제로, 비정규직 허용 범위와 기간·요건 등에 관한 법 규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법제화도 필요하고, 청년층 일자리를 위해 공기업 청년 취업할당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는 등록금 문제다. 강원과 서울은 지방권력이 바뀌면서 반값 등록금이 현실화됐다. 전국 단위에서 어떻게 할지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 더 언론 및 검찰 개혁이 필요한데, 검찰은 새누리당이 손댈 것 같지 않고, 언론사 파업은 박 위원장도 제1 과제로 삼고 있다니 여야 힘을 합쳐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종편 국감까지 포함해서.
이상돈
:그러려면 1당을 하지 그랬어. 하하하.
조국
:정말 그러고 싶었다(웃음).
미래 권력 대 죽은 권력
사회
:박 위원장이 언론사 경영진 교체나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것들을 추진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가만있을까?
이상돈
:그런 문제가 있다. 당장 KTX도 큰 사안이고. 언론 파업 문제는 결국 대선까지 편파성이 없는 방송을 보장하는 경영진을 새로 선임하는 부분에 여야가 합의할 필요가 있는데, 정부는 방송 파업에 대해서는 더 이상 힘이 없는 것 아닌가? 지금 MBC는 거의 정수장학회가 자기(김재철) 편이 됐잖아! 요번에 인사도 다 했고.
사회
: < 부산일보 > 문제는 어떻게 할 건가?
이상돈
:지난번에 갈아보려고 애써봤는데, 전혀 뭐. 내숭 떤다고들 하는데, 엄살이 아니라 법인이라는 게 이사 바뀌어버리면 전혀….
조국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다. 최필립씨(정수장학회 이사장)는 박 위원장이 빠지라고 사인만 주면 바로 빠질 분 아닌가.
이상돈
:믿을 수 없겠지만 밖에서 보는 거랑 다르다고 하더라. 설득하기가 불가능한 면이 있다.
사회
:불법 사찰 문제가 커지자 '대통령 하야'를 거론했다. 최시중·박영준 등 더 큰 문제가 불거졌는데 여전히 유효한가?
이상돈
:임기가 얼마 안 남았다. 하하.
조국
:결국 탈당시키시겠죠, 새누리당이.
이상돈
:에휴 뭐, 탈당하라고 해도 할 것 같지도 않다.
조국
:박 위원장도 경선 과정 등등에서 자금 문제가 만만찮을 것 같은데, 역공당할 게 없나?
이상돈
:잘 모르겠지만 문제없을 거라고 본다.
조국
:경선 과정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을 텐데, 문제없다는 건 박근혜는 미래 권력이고, MB는 죽은 권력이니까?
이상돈
:내가 다 알 수는 없지만, 솔직히 5년 전 경선 때는 박 위원장이 돈 없어서 진 거 아닌가. 그보다는 주변에 병풍 치는 인물들 안 생기게 하는 게 중요하다.
(녹취:장일호 기자)
이숙이 기자 /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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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IN > 고정 칼럼의 필진이기도 한 두 사람은 12월 대선을 놓고도 견해차가 뚜렷하다. 이 교수는 '박근혜 대망론'을 설파하며 전략전술을 조언 중이고, 조 교수는 재작년 발간한 베스트셀러 < 진보집권플랜 > 을 현실화하기 위해 야권에 다양한 주문을 내놓고 있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대담에서 양 진영의 고민과 전략이 생생히 드러났다. 대담은 4월25일 이뤄졌다.
ⓒ시사IN 조남진 이상돈 중앙대 교수(오른쪽)와 조국 서울대 교수(왼쪽)가 4월25일 < 시사IN > 편집국에서 만났다. |
:말 되는 보수와 말 되는 진보가 만나 소통해보자는 게 이 대담의 취지다. < 시사IN > 이사 기념이기도 하고(웃음). 대학 선후배 사이인데, 평소 잘 알고 지냈나?
조국
:제가 82학번이고, 이 교수님이 70학번. 저한테 대선배이시기 때문에 경청과 존중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상돈
:박근혜·김문수가 모두 70학번이다(웃음).
조국
:기분 좋으시죠?
이상돈
:기분 좋을 게 뭐 있어.
조국
:이룰 만큼 이루셨잖아요.
이상돈
:어휴, (총선) 결과가 좋아서 그렇지 얼마나 걱정하고 얼마나 쫄았는데…(웃음).
사회
:말 나온 김에 4·11 총선 평가를 간단히 하고 넘어가자.
이상돈
:(비대위에 합류해달라는) 박근혜 위원장 전화를 받고 각오는 하고 갔는데,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다. 내가 뭘 해야 되는지 잘 알았는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도 너무나 잘 알았으니까. 특히 공천에서 실망하거나 미흡한 부분이 많았는데,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조국 "선거 일주일 전부터 표 떨어지는 소리"
사회
:정말 의외였나?
이상돈
:진짜 모두가 기대를 안 했다. 특히 강원·충청에서 새누리당이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공천 신청자가 많지 않아서 심사도 설렁설렁했는데, 금배지 주운 사람 많다(웃음).
사회
:원인이 뭐였다고 보나?
이상돈
:무엇보다 박 위원장 영향이 컸고, 저나 김종인 박사나 나선 게 MB 심판을 피해가는 데 주효했던 것으로 본다. 위기의식 때문에 보수가 뭉쳤다고 언론들이 분석하는데, 크게 비중을 두고 싶지 않다. 나올 만큼 나온 거지. 박근혜의 도박이 성공한 거다.
조국
:저는 민주당(민주통합당), 통진당(통합진보당)이 만들어지고 양당이 선거연합을 한다고 했을 때 민주당이 단독 과반으로 1당을 하고, 통진당도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천 잡음에 각종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지지율이 쭉쭉 빠지기 시작하더라. 선거 일주일 전에는 '단독 과반은커녕 1당도 빼앗기겠구나' 싶었다. 반MB에 대한 대중적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1당은 하리라고 봤는데, 두 야당의 정치력이 문제였던 거다. 백낙청 교수가 말한 '2013 체제'에 대한 요구도 뜨거웠는데, 플레이어인 두 정당의 실력이 뚝뚝 떨어진 거다.
사회
:출구조사 결과는 야당에 좋았다.
조국
:너무 잘 나와서 '이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선거 일주일 전부터 표 떨어지는 소리가 마구 들렸으니까.
이상돈 "새누리 비대위 독재한 것 맞아"
사회
:조국 교수는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을걸' 하는 후회는 안 했나?
조국
:능력도 의사도 둘 다 없었다. 일단 제가 공심위원장을 할 연배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 당시 공심위는 각 계파 파견자가 나와 있는 구조여서 공심위원장의 역할이 제한적일 거라고 봤다. 물론 제가 얼굴 팔고 이름 팔고 병풍 치고 하는 거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는 버릴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 학교에 재직 중인데 그 정도까지 할 수는 없겠다 싶더라.
사회
:야당은 계파가 갈렸는데, 새누리당은 확실히 박 위원장 영향력하에서 총선을 치렀다?
이상돈
:이런 얘기 하면 사람들이 다 안 믿는데, 박 위원장은 인사나 공천 등에 대해 자기 생각을 전혀 표현하지 않는다. 심지어 가까운 ○○○도 공천 못 준 것 아닌가?
사회
:주변에서 알아서 하는 거 아닌가?
이상돈
:알아서 하는 게 과연 잘하느냐, 그건 또 별개의 문제다. 암튼 이번 공천이 지난 총선과 비교해보니 여야 모두 딱 한 달 늦었더라. 너무 촉박했고, 그래서 마지막에는 '빨리 끝내자' 하는 심정이 더 컸다. 그러다보니 이길 수 있는 곳도 너무 준비가 안 돼서 진 곳도 있다. 다시 한 번 하면 잘하겠더라(웃음).
조국
:박 위원장이 의사표시를 안 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박 위원장 의사가 관철되는 구조다. 새누리당은 비대위가 만들어지면서, 당원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비상체제를 만들었고, 굳이 표현하면 독재를 한 거다. (이 교수님은) 여군주 체제에서 선출되지 않은 최고위원을 하신 거고. 반면 민주당은 봉건군주 연합체다. 효율성에서 각각 장단을 갖고 있는데, 한명숙 대표가 여군주는 아니니까 전쟁 상황으로 들어가면서 의사 결정이 민주당은 늦고 이쪽은 차기 권력이 정해져 있으니 의사 결정이 빨랐던 거다.
이상돈
:독재한 거 맞다(웃음). 비대위가 항구적인 것이 아니고 총선 성패에 모든 걸 걸었으니까. 솔직히 100일 동안의 비상체제가 내심 실패하기를 바라는 사람도 적잖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지만 박 위원장을 비롯해 몇몇 사람이 모든 걸 걸었고, 또 언론이 관심을 많이 보여줘서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사회
:교수님이 악역을 자처하면서 흥행에 도움을 준 거 아닌가?
이상돈
:처음부터 분명하게 (박 위원장에게) 미션을 받았던 거 아닌가? 서로 말은 안 했지만. 당에서 상상할 수 없는 저항이 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고, 그 밖에 몇 가지 요소가 있어서 흥행이 됐다.
사회
:야권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기대를 했는데 약발이 제한적이었다는 평이다.
조국
:SNS는 지역적으로는 수도권·도시에 강하고 농촌 지역은 (사용자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효과적이었지만 전국판으로 가면 반감된다. 대선도 전국판이다. 따라서 진보 진영에서는 SNS에 대해 '역할이 끝났다'가 아니라, '지방 친구들에게 SNS 하라고 권하기'와 '오프라인에서 영향력 확대하기'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총선 결과가 대선에 미칠 영향
사회
:20대의 정치 참여도 큰 이슈였는데, 이준석·손수조 발굴이 화제가 되고, 정작 야권의 2030 세대는 눈길을 못 끌었다.
이상돈
:이준석은 박 위원장의 회심에 찬 승부수였고, 손수조는 사실 (예비후보 때) 내가 두 번째인가 세 번째인가 (지지 요구에 대한) 회답을 해준 게 힘이 됐다고 한다. 내부에서도 문재인 어떻게 할 것이냐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보니까 갈 사람도 없더라. 그래서 이럴 바에는 판을 키우지 말고 주변을 공략하는 게 옳다고 봤는데, 그 사이 손수조가 20%를 먹어버리더라. 돌이켜봐도 당의 입장에서는 잘했다고 본다. 이준석은 처음에는 사고 낼까 불안 불안했는데, 몇몇 인터뷰 보니까 30분짜리도 너끈히 소화하더라. 다만 이 두 사람에 대해서는 인생 선배로서 좀 걱정이 있다. 26~27세에 이렇게 정치 맛을 알아버리면 솔직히 좀….
조국
:20대 대표를 뽑자, 20대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건 좋은데, '슈스케' 방식보다는 손수조 방식이 더 눈길을 끈 게 사실이다. 청년대표도 비례보다는 지역구에 배정해 일반 유권자의 지지로 당선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새누리당이 문재인 저격하라고 손수조를 보낸 것처럼, 야권도 여당 후보의 대항마로 20대들을 배치했어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 쪽에 인물도 많을 텐데 왜 못 넣었을까 싶다.
사회
:총선 결과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까?
조국
:박근혜 위원장이 유리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7~8개월이면 긴 시간이기 때문에 그 사이 야권은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뉴시스 이상돈 교수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맡아 총선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
:저는 과대평가가 오히려 걱정이다. 당장 수도권 선거대책을 누가 이끄느냐가 답답한 문제다. 서울 서초·강남 빼고 다 떨어졌으니. 다만 그동안의 (박 위원장에 대한) 당내 흔들기는 해결됐고, 강원·충청 회복한 거는 좀 자신감을 주는 대목이다. 진짜로 확실히 붙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황영철 대변인도, 이학재 비서실장도 살아올 거라고 생각 못했다.
조국
:강원·충청은 저도 의외였다. 새누리당은 긴장이 유지됐던 거고, 민주당은 선거 전부터 다수파가 됐다고 생각하니까 세력 분배에 더 신경을 쓴 거다. 새누리당은 비상체제로 들어갔고, 야권은 연합체라 더 느슨했던 거다.
사회
:친박계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이회창 대세론' 때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상돈
:나도 듣는 얘기가 있지만, 이회창 때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그 당시는 뭐 법무장관 후보가 80명이었다나?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다. 다만 박근혜 위원장의 의사 결정 패턴이 좀 독특한 면이 있는데, 근래 힘 좀 받았다는 사람이 어제오늘 사이에 굉장히 흔들렸잖은가. 그런 것이 빨리 불거진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본다.
사회
:근래 힘 좀 받았다가 흔들렸다는 사람이 최경환 의원인데, 유승민·이혜훈 이런 분들도 한때 역할을 맡으셨던 분들인데, 왜 최경환 흔들기에 나선 건가?
이상돈
:실명은 빼고, 아무래도 2007년 경선 때 주도했던 그룹이 있고, 후에 새롭게 역할을 맡은 그룹이 있지 않을까. 이번에 비대위 하면서 수혈한 그룹도 있고. 그런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갈등과 마찰이 아닌가 싶다. 장기간 가면 안 되니 곧 봉합이 될 거다. 또 대선이 되면 이제는 당이 중심이 될 테니까 거창한 대선 캠프가 필요하겠나? 지난 대선 때 MB 캠프가 비정상적이었지. 미국에서 캠프라는 게 몇 명이나 있나. 중요한 건 원외 전문가들이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지키고. 의원들이 총출동해 지역구 버리고 당사 얼쩡거리다가 장관 같은 자리 해먹고, 그렇게는 절대 안 갈 거다. 이회창 전 총재하고 박근혜 위원장이 닮은 점도 있지만 그런 점에서 완전히 다를 거다. 특히 그렇게 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주변이 없다는 거다. 그게 제일 좋다.
조국
:이 교수님은 MB 정부에서 4대강이든 뭐든 맹공을 하며 차별화를 이루셨고, 그것이 이번 총선에서 박 위원장에게 큰 도움이 됐는데, 문제는 박근혜 개인의 활동을 보면 국회에서 MB에 반대한 투표를 한 적이 거의 없다. 행정수도 같은 상징적인 것 몇 개 빼고는. 따라서 박근혜가 추구하려는 제3의 길이라는 게 뭘까 의문이 있고, 또 박 위원장이 당 강령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었지만, 실제로 새누리당 의원 중에는 경제민주화를 소신으로 반대했던 분이 많다. 김종인 비대위원도 이상하다고 얘기할 정도로. 그래서 박근혜의 길이라는 게 뭘까 자꾸 의문이 든다.
박근혜, 대처가 될까 메르켈이 될까
사회
:대처의 길을 갈까, 메르켈의 길을 갈까, 궁금하다고 쓴 걸 봤다.
조국
:외관상으로는 메르켈을 택할 것처럼 말한다. 근데 박근혜의 사람들이나 박근혜의 마음에는 뭐가 있을까, 저는 대처같이 보인다. 겉으로는 메르켈의 모습을 갖고 있지만, 자기와 반대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MB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진압할 것 같은. 또 이분이 집권하는 청와대에서 시민사회와의 협치가 있을까도 걱정이 된다. 어릴 때부터 영부인 역할을 하면서 권력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경험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데 능하지 각 분야와 소통을 통해 협치를 하는 건 익숙지 않을 것 같다.
사회
:수도권과 2030 세대에서 박근혜 리더십이 취약한 이유가 그런 것이라고 보나?
조국
:도시 사람이 갖고 있는 정치의식, 문화적 감수성으로 볼 때 박근혜는 자신들 사람이 아닌 거다. 자기 얘기 들어줄 것 같지도 않고. 나아가 박 위원장에게서는 포용력, 소통, 푸근함 같은 여성성의 장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선거에서의 냉정함과 단호함 같은 아버지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은 모습만 부각된다.
이상돈
:박근혜가 추구할 제3의 길은 토니 블레어 식이라기보다는 두 개의 전 정권의 실패를 극복할 제3의 길이라는 의미다. 정책적으로는 재정건전성 문제 등을 기초로 야권과 차별화하고, 이미지상으로는 박정희와 박근혜를 패키지로 묶으려는 시도를 극복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박근혜의 길을 선보일 기회가 사실상 없었다.
조국
:박 위원장이 지금까지 보인 모습과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이분이 발언하는 방식, 사람 만나는 방식이 지나치게 폐쇄적 아닌가? 친박 의원들에게조차 권위적이고, 아무도 믿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고.
이상돈
:이해할 필요가 좀 있는 게, 어릴 때의 청와대 생활이나 부모 사망 등을 거치며 아무래도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어울리는 경험이 부족한 편이다. 그에 비해 대중의 요구는 너무너무 많고. 의원실에 전화 한번 해보자는 사람이 무지 많다더라. 감당을 못한다.
조국
:의원들 사이에서도 박 위원장에게 가서 말하기를 겁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이런저런 소통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언했더니 "○ 의원이 하세요"라는 대답이 나와 주변 분위기가 싸해졌다는 얘기도 있더라. 이 교수님은 무한 신뢰와 애정을 갖고 있고, 요구와 관계없이 자신의 일을 하시니까 좋게 보실 수 있지만, 박 위원장의 피해의식이나 방어 캐릭터는 바뀐 적이 없고, 바뀔 거 같지 않다. 그런 캐릭터의 경우 적이라고 생각하는 쪽은 말할 것도 없고, 보통 시민들과의 소통도 불가능하다.
이상돈
:보통 시민과의 소통을 잘한 사람이 과거 우리 대통령 중에 과연 있나?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박 위원장은 격을 갖추는 보기 드문 사람이다. 정치가 너무 격을 잃었다. 용어도 상스럽고. 그런 면에서 보통 기준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박근혜만의 독특함이 있다.
ⓒ뉴시스 조국 교수는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직 제안을 거절하고 투표 독려 운동을 펼쳤다. |
:대선 과정에서 박 위원장은 아버지 부분은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이상돈
:특별한 길은 없을 거 같다. 본인도 부친의 명암을 다 알고 있을 거고. 다만 외부에서 좀 집요하게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라도 굉장히 저항감을 느끼겠다. 자식에게 부모를 평가하라는 건 좀…. 그러니 아버지에 대해서는 "도전정신을 물려받았다" 그런 정도의 언급만 나오더라. 대선 과정에서 뭔가 얘기는 나오겠지.
조국
:어떤 방식으로든 아버지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을 거다. 본인 마음과는 별도로 전략적 차원에서라도.
이상돈
:그런 걸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본인이 할 일 아닌가? 이번 총선에서도 이 교수님이나 김종인 위원이 해결사 구실을 했는데, 아버지 문제도 다른 인물이 해결한다는 건가?
이상돈
:대신한다기보다, 글쎄, 내가 잘못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부분은 집권에 성공하면 집권 내내 풀어가야 할 게 아닐까.
조국
:집권 이후 말고, 국회 다수당이 됐으니 대선 전까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MB 정부가 저지른 일이긴 하지만 언론사 파업은 어쩔 건지, < 부산일보 > 정수장학회 문제도 그렇고. 둘째는 정봉주 건인데, 호불호를 떠나서 정봉주 정도의 발언으로 징역 1년을 산다는 게 말이 되나? 선거 과정에서 가장 철저히 해야 할 게 검증인데, 상대방이 검증에 나섰다고 감옥에 보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봉주 사면을 건의할 생각은 없으신가?
이상돈
:알량한 다수파지. 병정 숫자는 많은데, 화력은 말이 안 되는. 하하하. 언론 파업 문제는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야권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면 해결의 주도권을 야권이 가졌을 텐데 이렇게 됐기 때문에, (박근혜 위원장이) 풀어야 한다. 공권력 투입으로 푼다는 게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진을 찾아야 한다. 정봉주 문제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1년씩이나….
조국
:청와대에서 얼마나 얄미웠으면 그랬겠나. 강력한 미움의 메시지가 민정 라인을 통해서 전달됐다고 본다. 그리고 제 편견인지 모르겠지만 박 위원장의 헤어스타일 한번 생각해보신 적 있나? 요즘 여성의 헤어로는 이해할 수 없는 1970년대식 헤어, 육영수의 헤어가 이 사람을 평생 규정하고 있는 거다.
이상돈
:그런가? 난 신경을 안 써서. 하하.
조국
:박근혜는 자신의 부모를 정치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몸'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그 신념은 존중하는데, 그 신념이 과연 현 시대의 요구 사항과 맞는가, 자신이 내걸었던 새누리당 강령과 맞는가는 검증되어야 한다.
사회
:김문수 경기지사를 비롯해 여권 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데, 이 교수님이 제기한 경선 무용론은 여전히 유효한가?
이상돈
:나오겠다는 거야 말릴 수는 없는데, 큰 의미가 있겠나 싶다. '경선이 너무 단조로워지면 국민 관심이 떨어지지 않겠느냐'고들 하는데, 멀리 갈 게 아니라 민주당이 이번에 전국 돌아다니며 대표 뽑았지만 총선 실패하고 문성근 떨어졌는데, 이게 흥행에 성공한 건가? 반면 1952년에 미국 아이젠하워는 추대됐지만 압승했다. 그리고 지금 하려는 당내 경선이 과연 건전한 경선, 의미 있는 경선이 되겠느냐 하는 데 의문이 있다. 서로 흠집 내고 괜히 내상만 입고.
조국 "야권, 연합체의 장점 최대한 살릴 때"
사회
:완전국민경선제를 무모하다고 딱 자르셨더라.
이상돈
:절대 안 된다. 이빨 하나 들어갈 여지도 없다.
사회
:역선택을 우려하는 건가?
이상돈
:그런 것도 있고, 지금 새누리당 경선 룰은 2007년에 친이계가 주도해서 만든 룰이다. 이게 문제라고 봤다면 자기들이 정권 잡았을 때는 왜 시도 안 했나? 지방선거부터 해보지. 정치적 의도가 있고, 순수하지 않다. 수도권 취약하니까 해야 한다는데, 2002년 이회창 패배의 일등공신이 정몽준 아닌가.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말을 하고 있다.
사회
:야권에서도 대선 주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국
:안철수 선생까지 포함해서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거론된 인물 외에 민주당, 진보당 인물들 다 나와서 각자 자기 영역을 확대하고, 그래서 야권 전체의 자장(磁場)을 키워야 한다. 문재인밖에 없다, 이렇게 하면 지는 게임이다. 새누리당은 비상체제를 통해 여군주를 옹립했다. 그런데 야권은 새로운 군주를 추대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 이제 봉건영주의 연합체제가 지닌 장점을 최대한 살릴 때다. 통합진보당에서 심상정·이정희 나와야 하고, 민주당에서 김부겸·박영선이 나왔으면 좋겠다. 486에서 이인영도 나오고.
사회
:조국 교수님은 '안철수를 기다리면 안 된다'고 언급하셨는데?
조국
:이런 상황이면 안철수가 들어온다고 해도 여군주를 이기는 게 쉽지 않고, 그 전에 안철수의 선택을 모르는 상황에서 야권의 활동을 바깥 변수에 의존하는 것은 틀렸다. 범야권 연대의 자장을 확대해가는 노력이 먼저고 그러다 안철수가 오면 웰컴인 거다.
사회
:이미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등을 경험했는데, 지금 거론된 사람들을 가지고 그 이상의 감동이 가능할까?
조국
:친노, 호남, 진보, 안철수 팬 등의 공통 지지를 받는 게 기본 요건인데, 현재는 이 요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후보가 없다. 사람들 마음에 불을 지를 수 있게 변신해야 한다. 경쟁이 붙다보면 불 지르는 사람이 탄생할 거라 본다.
사회
:어떤 사람이 불을 지르게 될까?
조국
:범야권에 필요한 인물은 두 가지를 갖춰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진보적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가치의 구현자이자, 동시에 친노·비노, 호남·영남, 나꼼수·진중권 나뉘지 않게 통합의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 통합의 비전은 진보 진영을 넘어 국민 전체의 통합까지도 포괄해야 하고.
진보 우세냐, 보수 우세냐
사회
:대선 후보 경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좀 허황하게 들린다.
조국
:허황되고 이상적인 주장으로 들릴 수 있는데, 정치는 짧은 시간에 학습과 변신이 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표 사례다. 그때보다 야권이 준비와 경험을 더 많이 했다.
ⓒ뉴시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25일 충북 청주를 방문해 상인이 건네는 호떡을 받아들고 있다. |
:많은 사람이 나와야 흥행이 된다는 게 나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 민주당 경선에 돈을 얼마나 썼나! 나는 당에서 돈 받은 게 부산 유세 왕복 표값밖에 없다. 비대위원 거마비도 준다는 걸 받지 말자고 했다. 오히려 기자들 밥 사느라 내 돈만 더 나갔다(웃음). 누가 보더라도 '이 사람이다' 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으면 굳이 경선 안 해도 된다. 미국 닉슨 대통령은 단독 추대가 됐지만 대승했다. 괜히 겁먹어서 도청했다가 자멸했지.
사회
:경선의 효과가 제한적일 거라는 얘기인데, 그럼 어떤 경우에 야권이 가장 위협적일 것이라고 보나?
이상돈
:솔직히 나는 야권에서 누가 나오나 크게 관심 없다. 이번에 통합진보당이 큰 것도 오히려 야권에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보다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보수 우위라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라나는 세대는 진보 우위 아닌가? 그러면 대비를 해야지, 계속 투표율이 낮기만을 바라는 건 희망이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보수 정당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지금은 오히려 박근혜라는 대체 불능한 후보가 있어 그나마 버티면서 한번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거다.
사회
:앞으로는 계속 진보 우세로 가리라는 얘긴가?
이상돈
:이프(If, 만약)가 몇 개씩 붙는다. 박이 되면 보수 진영 사람을 키울 수도 있으니까.
조국
:생각에 차이가 있다. 문화적으로는 진보가 우세일 수 있는데, 한반도 전체의 구조, 전쟁의 경험, 북한 문제, 지역주의로 보면 보수가 여전히 우위다. 손수조나 이준석 같은 젊은 보수도 있고.
이상돈
:대다수 보수는 나이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계심이 TK 사람들에게는 없다.
사회
:그럼 '박근혜 대망론'을 위해 뭘 준비해야 한다고 보나?
이상돈
:우선 총선 중에 한 민생 약속을 아웃풋으로 보여줘야 하고, 둘째 언론 파업 같은 현안에 대한 책임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1당이 됐으니 자기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수도권이나 젊은 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부정부패 척결' 같은 화끈한 이슈를 던져야 한다. 박 위원장이 천막당사 때와 세종시 때 인기가 높았지만, 미디어법 가지고 미적거릴 때는 인기가 떨어졌다. 그런 걸 보면 문화적 접근은 한계가 있고 수도권이나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마침 MB 정권 비리가 터져나오는데 부정부패 척결을 가차 없이 추진하면 야당의 비판도 잠재우고 취약층의 인기도 얻을 것 같다. 김호기 교수 말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동쪽은 누룽지까지 긁었다는데, 서쪽 표를 얻으려면 이 세 가지를 해야지.
조국
:부정부패 척결은 누구나 동의할 사안이고, 박 위원장으로서도 MB와 차별화할 수 있는 호재니 부담 없을 거다. 이건 여야 합의해서 추진하면 된다. 이 교수님 얘기를 들으면 박 위원장이 가려는 길이 보이는데, 여기에 딸려가면 야권은 진다. 따라서 야권은 대선 후보 경선과 함께 19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세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가 재벌 개혁인데, 박 위원장은 재벌 개혁 빠진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고 있으니 이것과 차별화된 지점을 보여줘야 한다. 재벌 일감 몰아주기 및 지네발 확장 금지법 등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는 노동의 문제로, 비정규직 허용 범위와 기간·요건 등에 관한 법 규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법제화도 필요하고, 청년층 일자리를 위해 공기업 청년 취업할당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는 등록금 문제다. 강원과 서울은 지방권력이 바뀌면서 반값 등록금이 현실화됐다. 전국 단위에서 어떻게 할지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 더 언론 및 검찰 개혁이 필요한데, 검찰은 새누리당이 손댈 것 같지 않고, 언론사 파업은 박 위원장도 제1 과제로 삼고 있다니 여야 힘을 합쳐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종편 국감까지 포함해서.
이상돈
:그러려면 1당을 하지 그랬어. 하하하.
조국
:정말 그러고 싶었다(웃음).
미래 권력 대 죽은 권력
사회
:박 위원장이 언론사 경영진 교체나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것들을 추진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가만있을까?
이상돈
:그런 문제가 있다. 당장 KTX도 큰 사안이고. 언론 파업 문제는 결국 대선까지 편파성이 없는 방송을 보장하는 경영진을 새로 선임하는 부분에 여야가 합의할 필요가 있는데, 정부는 방송 파업에 대해서는 더 이상 힘이 없는 것 아닌가? 지금 MBC는 거의 정수장학회가 자기(김재철) 편이 됐잖아! 요번에 인사도 다 했고.
사회
: < 부산일보 > 문제는 어떻게 할 건가?
이상돈
:지난번에 갈아보려고 애써봤는데, 전혀 뭐. 내숭 떤다고들 하는데, 엄살이 아니라 법인이라는 게 이사 바뀌어버리면 전혀….
조국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다. 최필립씨(정수장학회 이사장)는 박 위원장이 빠지라고 사인만 주면 바로 빠질 분 아닌가.
이상돈
:믿을 수 없겠지만 밖에서 보는 거랑 다르다고 하더라. 설득하기가 불가능한 면이 있다.
사회
:불법 사찰 문제가 커지자 '대통령 하야'를 거론했다. 최시중·박영준 등 더 큰 문제가 불거졌는데 여전히 유효한가?
이상돈
:임기가 얼마 안 남았다. 하하.
조국
:결국 탈당시키시겠죠, 새누리당이.
이상돈
:에휴 뭐, 탈당하라고 해도 할 것 같지도 않다.
조국
:박 위원장도 경선 과정 등등에서 자금 문제가 만만찮을 것 같은데, 역공당할 게 없나?
이상돈
:잘 모르겠지만 문제없을 거라고 본다.
조국
:경선 과정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을 텐데, 문제없다는 건 박근혜는 미래 권력이고, MB는 죽은 권력이니까?
이상돈
:내가 다 알 수는 없지만, 솔직히 5년 전 경선 때는 박 위원장이 돈 없어서 진 거 아닌가. 그보다는 주변에 병풍 치는 인물들 안 생기게 하는 게 중요하다.
(녹취:장일호 기자)
이숙이 기자 /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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