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스크랩] 김광섭의 마음

양곡(陽谷) 2011. 4. 26. 12:44
           마음
                                       
김광섭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리하여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뜨고
                        숲은 말없이 물결을 재우느니.

                        행여,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 백조 - 희망과 이상            
                    * 물가 - 마음
                    * 꿈 - 번거로운 망념(妄念)들을 갈아 앉히고 백조를 기다리는 꿈

 이 시는 마음을 호수의 '물결'에 비유하여 작품 전체를 이끌어 가고 있다. 따라서, 이 시를 이해하려면
물결의 다양한 성질을 알아야 한다.
물결은 외부 세계의 자극에 대해 민감하지만 스스로는 항상 잔잔해지려고 노력하는 성질이 있다.
그리고 이 시는 곱고 부드러운 격조와 적절한 은유로 아름다운 언어의 조화를 이룬다. 은유와 상징이 잘 구사되어
세련미와 함께 지적 관조도 보인다. 자기의 마음을 고요한 물결에 비유하여, 심리적 갈등과 함께 파문을 일으키기
쉬운 마음을 지키려는 경건한 자세를 잘 드러내고 있다. 초기 작품에 속하는 이 시는 자기의 꿈을 잃지 않고
'밤마다 덮음'으로써 시인 자신이 견지하고 있는 지적 관조를 곱게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비영리모금기술
글쓴이 : 권오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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