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섭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리하여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뜨고
숲은 말없이 물결을 재우느니.
행여,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 백조 - 희망과 이상
* 물가 - 마음
* 꿈 - 번거로운 망념(妄念)들을 갈아 앉히고 백조를 기다리는 꿈
이 시는 마음을 호수의 '물결'에 비유하여 작품 전체를 이끌어 가고 있다. 따라서, 이 시를 이해하려면
물결의 다양한 성질을 알아야 한다.
물결은 외부 세계의 자극에 대해 민감하지만 스스로는 항상 잔잔해지려고 노력하는 성질이 있다.
그리고 이 시는 곱고 부드러운 격조와 적절한 은유로 아름다운 언어의 조화를 이룬다. 은유와 상징이 잘 구사되어
세련미와 함께 지적 관조도 보인다. 자기의 마음을 고요한 물결에 비유하여, 심리적 갈등과 함께 파문을 일으키기
쉬운 마음을 지키려는 경건한 자세를 잘 드러내고 있다. 초기 작품에 속하는 이 시는 자기의 꿈을 잃지 않고
'밤마다 덮음'으로써 시인 자신이 견지하고 있는 지적 관조를 곱게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시와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 현대 시 모음 ★ (0) | 2011.08.26 |
---|---|
-그때는 알지못했습니다 / 타고르 (0) | 2011.06.16 |
4 월은 잔인한 달/ T S Eliot의 시 (0) | 2011.04.01 |
만나서 편한사람 (0) | 2011.02.11 |
[스크랩] 노년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 (0) | 2011.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