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김재윤 기자]
노년, 축복이자 파워
SBS 러브 FM(103.5MHz) 실버 세대 대상프로그램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을 15년 동안 진행해 온 SBS 유영미 아나운서.
그녀는 10년 이상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DJ에게 주어지는 'The Voice of SBS'를 최초로 수상한 베테랑 진행자이자 실버 세대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대학원에서 노인학 석사를 받은 노인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방송진행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며 느낀 점을 바탕으로 실버 대상 책 '두번째 청춘'을 출간했다.
그녀는 딱딱하고 막연한 이론적인 이야기보다는 방송을 하면서 접한 실버세대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문제, 그리고 그에 따른 솔루션 등을 담아냈다.
그녀는 또 틈나는 대로 실버 세대를 위한 복지제도가 발달되어 있는 일본의 노인 복지관과 노인 문화원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사실 젊은 나이에 실버 대상 프로그램을 맡아서 처음엔 싫었어요. 하지만 진행을 하면서 점점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청취율이나 인지도를 떠나 방송인으로서 일종의 책임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대학원에서 공부도 하게 됐죠. 바쁜 와중에서도 남편과 딸의 외조로 책을 집필할 수 있었어요"
평소 느낀 점을 조금씩 기록해오다 지난 2007년부터 본격적인 집필을 해왔다는 유영미 아나운서.
책 집필을 통해 그녀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노년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이었다.
"노년기라고 하면 늙고 병든 이미지, 혹은 황혼기의 애잔한 이미지로 비춰지는데요, 노년까지 산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노년기는 고귀하죠. 나라의 자원이자 파워이고요. 노년과 관련된 여러 다양한 개념을 '낡고 추한'이라는 한 카테고리 안에 묶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젠 새로운 시각에서 노년기를 봐야할 때입니다"
'야동' 시청하는 일본 노인들 보고 충격
유영미 아나운서의 책에서 특히 눈여겨 볼 점은 노년의 성(性)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지금의 실버 세대가 성을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세대고, '노년의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며 대단히 파격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노년의 성은 젊은 사람들의 성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힘주어 말한다.
"지금의 실버 세대가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하면서 살아온 세대잖아요. 그래서 욕구가 있어도 표현을 잘 못하세요. 하지만 일본을 가서 충격을 받았어요. 방문한 복지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서 소위 '야동'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하지만 '야동'을 틀어주는 사회복지사나 시청하는 노인 분들의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젊을 때처럼 왕성하진 않더라도 노년의 성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노인 분들도 성에 꿈꾸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거침없는 표현만큼 노년층의 고민을 잘 알고 있는 유영미 아나운서. 그래서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 청취자들은 나이를 무색케 할 만큼 적극적이다.
청취자들은 공개방청 시 사진과 영상을 직접 촬영해 팬 카페에 올리는 한편, 방송에서 나온 정보 등을 공유하면서 그들만의 즐거운 커뮤니티를 형성해가고 있다.
'꿈꾸는 노년'을 맞이하자는 그녀의 생각이 방송을 둘러싼 커뮤니티를 통해 작게나마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유영미 아나운서도 다시 고삐를 조였다. 그녀는 SBS 라디오 봄 개편을 맞아 진행은 물론, 제작에도 참여한다.
"제 이상향은 '꿈꾸는 노년'이에요. 늙어갈지라도 인생은 늘 전진하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이런 점들을 바탕으로 실버 문화의 트렌드를 바꾸고 선도하고 싶어요. 내년이면 최고령 앵커가 되는데요. 앵커의 평균연령 올린만큼 실버세대에 희망을 전해드릴 겁니다"
kjy7@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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