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모금기술

또 하나의 행복 지침서

양곡(陽谷) 2009. 12. 21. 20:02
또 하나의 행복 지침서 (가이드스타 기자단 김준호)
관리자 (210.223.59.5) 2009-12-01 33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에서 피터싱어는 기부가 우리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가난한 이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획기적이고 강력한 주장을 펼친다. 행동을 시급히 촉구하고 희망을 보여준다. 이 책은 ‘윤리적 판단’과 ‘동정의 관심’이 꾸준한 탐구와 실천적 분석과 합쳐질 때,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힘이 생긴다는, 희망의 보고서이다.

인류는 사상 최초로, 빈곤에 따르는 고통을 자신의 힘으로 없애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우리가 사는 생수 한 병 값보다 적은 돈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10억 명이나 있다. 그리고 지난 반세기 동안 빈곤 때문에 죽는 사람의 수가 현저히 줄긴 했지만, 거의 천만의 어린이들이 매년 피할 수도 있을 죽음에 직면한다. 발전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의미심장한 선택을 해야 한다. 세계인구의 5분의 1에게 등을 돌릴 것인가, 말 것인가? 등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서야 한다.

이와 같은 명제에 대하여 책에서는 총 4부에 걸쳐 논리적이고, 사실적이며, 감성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1부 : 가난에 빠진 세계를 돌아보라. 2부 : 인간은 정말 이기적인 동물인가. 3부 : 남을 돕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4부 : 기부의 새로운 기준)

우리는 기초적인 물질적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사는 인구의 비율이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작은 시대를 살고 있다. 한편으로 필요한 수준 이상의 부를 소유하고 있는 인구의 비율도 인류 역사상 최대의 수치이다.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관계가 독특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생존의 한계에 부딪힌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실감나게 보고, 듣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무수한 정보들, 즉 더 나은 보건의료 정책, 개량된 종자나 농업기술 등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의 힘을 빌려주기만 한다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이른바 세계 최고의 부자들 중에서 공공연하게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워렌 버핏, 빌 게이츠 부부 등은 엄청난 액수의 자산을 기부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러한 노력들을 높이 사면서도 실제로 부유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활수준을 크게 낮추지 않고도 더욱 큰 금액을 모을 수 있는지 객관적인 자료와 지표로서 알려주고 있다.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노력에 동참해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피터싱어는 이 책을 통해 두 가지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첫째는, 절대빈곤의 덫에 걸린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일깨우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좋은 삶 혹은 바람직한 삶’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과 다른 생각을 논리적으로 증명함으로써, 우리가 일반적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정도보다 훨씬 많이 남을 돕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윤리적으로 올바르게 살고 있다고 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둘째는, 우리가 소득 중에서 더욱 높은 비율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일깨우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첫째의 철학적 논쟁을 구체적인 행동지침으로 제시해 준다. 우리가 남에게 베풀지 않거나 나누지 못하는 이유를 검토하고, 이에 관련된 심리적 요인을 분석하여 적당한 기준을 제시해 준다.(예를 들면 95%의 미국인의 경우, 소득의 5% 이하만 기부하면 된다.)

자칫하면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 마음에 죄책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피터싱어는 왕왕 이를 우려하며 책의 궁극적인 목적인 절대 빈곤을 줄이기 위해 이 정도만으로도 적당하다 싶은 기준을 제시하는 데에 만족한다고 언급한다.

수천 년 동안, 현자들은 선을 행하면 만족을 얻는다고 말해왔다. 석가모니는 그의 제자들에게 “선한 일에 마음을 정하라. 그 일을 하고 또 하라. 그러면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되리라.”고 했으며,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도 정의로운 사람은 행복하다고 가르쳤다. 이러한 지혜는 현대 우리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 분명하다. 책 중에서 인용한 근거 중, 자선 단체에 기부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기 삶이 “매우 행복하다”고 말한 비율이 43%나 더 많았다는 통계치를 볼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기부와 행복 사이의 뚜렷한 연계성을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 삶 가운데 궁극적인 최상의 가치를 삶의 질 향상과 인간의 존엄성 증진이라 볼 때에, 삶에 대한 만족과 행복의 추구는 매우 중요한 필요조건일 것이다. 기부에 대한 설득과 제언을 위한 피터싱어의 이 책은, 우리 행복을 위해 선물로 주는 지침서가 아닐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