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연감에 의하면 국내 기부금의 65.4%는 기업의 사회공헌차원 모금액이었다. 개인모금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는 완전히 반대의 상황인데 그 액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한해 기부액은 1인당 평균 5만1천여 원으로 미국의 1인당 기부액수 1천75달러(약 130만원), 일본의 240달러(약 30만원)와는 생활수준 차를 고려한다고 해도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왜 우리들은 기부를 하지 않는 것일까?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상부상조의 전통과 정이라는 문화가 존재하는 우리가 이것을 기부문화의 탓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개인기부를 방해하는 조세현실
개인이 구호단체에 기부할 경우 인정받을 수 있는 소득공제금액은 연소득의 15%이다. 그러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국공립대 병원 등 소수의 '법정·특혜 기부금' 단체는 연 소득의 10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월드비전·굿네이버스처럼 활동이 활발한 대부분 단체는 15%까지밖에 받지 못한다. 기업도 어느 기관에 기부하느냐에 따라 손비(損費) 처리 한도가 10배 차이가 난다. 미국의 경우 기부 대상에 관계없이 개인 기부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가 30~50%이며, 프랑스는 최대 66%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영국은 기부액 전액에 세금 혜택을 주고 있는 사례와 비교해보면 기부금이 적은 이유를 알 수 있다. 물론 조세혜택 때문에 기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세혜택이 기부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인 것만은 사실이다.
또한 최근 황필상 수원교차로 회장이 장학재단에 200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 90%와 현금 15억원을 기부했다가 140억원의 증여세 폭탄을 맞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었다. 기부 주식 수가 해당 기업 지분의 5%를 넘을 경우 초과분에 대해 최고 60%까지 증여세를 부과하는 상속·증여세법 때문이다. 부동산 기부도 기부받은 부동산을 팔아 쓰려면 감독 부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기 그지없다. 이 때문에 공익단체는 기부자에게 아예 부동산을 팔아서 현금으로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동산 팔아 양도세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어 기부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2000년 설립해 모금액이 600억원을 넘은 아름다운재단도 기부 부동산은 두 건에 불과한 것이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내 바람직한 기부문화 정착을 돕는 조세제도 정비 필요
미국에서 60년대 세금공제혜택을 높이고 우대정책을 펼치면서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었던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법 규정을 비롯한 제도의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위의 사례들처럼 국내 세법은 기부자들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 때문에 현 증여세 면제 한도 5%를 미국처럼 20%까지 확대하거나 독일처럼 없애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국회의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6월 19일 메세나특별법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는 등 다양한 정계, 학계의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니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