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지역사회정신건강( 중부일보 게재글)

양곡(陽谷) 2009. 5. 7. 11:34
 

지역사회정신건강


                                          景山복지재단

                                          회  장 권  오  득

                                          평택대학교 겸임교수




최근 언론에 보도된 재가정신장애인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 내에서 방화, 살인, 난동 등을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저지르고 있어 시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초등학교 여학생 8명을 흉기로 무차별 살해했다는 뉴스도 접하고 있다. 따라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신질환자 현황에 대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83.3%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으며 24.9%가 지난 1년 간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민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시대 이후 상대적 빈곤감이나 상실감은 정신건강을 위협해 정신적 공황상태 마저 일어나고 있다.

   정신질환의 유병률 및 발생률은 나라들간에 대체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나라와 미국의 경우 모두 평생유병률이 전체 인구의 약 1/3정도로 매우 높은 정신질환의 유병율을 보이고 있다.

한편 하버드 대학교 머레이와 로페즈 교수가 연구한 1996년도 전세계의 10가지 질병부담이란 보고서에 의하면 가장 부담이 많은 질병을 보면 단극성 우울증, 철결핍성 빈혈, 타락, 알코올 남용, 만성 폐색성 폐질환,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선천성 기형, 골관절염, 정신분열증, 강박장애 순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 10가지 중에서 정신장애질환이 5개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에서 점하는 비중은 54.6%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울증 한가지만으로 세계 전체 질병부담의 1/1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이렇듯 정신보건 수요의 증가추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것이다.

우리나라 정신보건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 초반까지 국가는 아무런 대책 없이 국민의 정신보건 문제를 방치해오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정신보건 전문가들의 정부에 대한 지속적인 설득 속에서 1990년대 초반부터는 정부내에서도 지역사회정신보건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 무허가시설에서의 정신질환자는 아무런 법적 지원이나 감시를 못 받게 되면서 인권이 침해되고 치료 가능한 많은 정신질환자가 치료시기를 놓치며 장기간 수용되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최소한의 의료적 서비스가 제공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인권침해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불필요한 장기입원과 장기수용을 통해 국가예산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었다.

늦게나마 1995년 12월 ‘정신보건법’이 제정되어 부족하나마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방향을 ‘지역사회정신보건’으로 합의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종래의 병원 및 수용시설에서의 장기입원이나 장기수용위주의 정신질환자 관리가 국가 정신보건정책이었으나 이제 정신질환자를 지역사회에서 보통사람과 같이 사회에 통합된 가운데 치료하고 재활시키겠다는 것이 국가 정신보건정책의 중심축이 된 것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경산복지재단은 이미 1981년부터 화성시 동탄면에 정신요양시설 사랑밭재활원을 설립하여 수많은 정신장애인을 사회로 복귀시키는 재활사업을 수행해 왔으며,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된 후 전국 정신요양시설로서는 처음으로 1999년 2월에 사회복귀훈련시설로 전환했다.

사회복귀 시설이라 함은 가정과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위한 중간단계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일상생활훈련과 직업재활훈련을 함께 실시하여 사회복귀 촉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회복귀시설 사랑밭재활원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로는 24시간 정신장애인을 위해 제공하는 입소시설,  주중 낮 시간만을 이용할 수 있는 재가정신장애인을 위해 제공되는 이용시설, 지역사회 내에서 동료회원과 공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시설 서비스를 모두 합쳐 하루 현재 90여명의 정신장애인이 사랑밭재활원을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오산시내에 “늘푸름”이란 이용시설도 개원하게 되었다.

여기서 사회복귀시설에 입소 또는 이용하고 있거나 퇴소하여 지역사회 또는 가정으로 돌아간 회원(환자를 이렇게 부른다)들의 글에서 지역사회의 정신건강이 얼마나 중요하고 프로그램에 효과가 있는가를 엿보고자 한다. 이 회원은 오랜기간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사회복귀시설에 입소했다. 「담당 선생님이신 팀장님께서 주방으로 나가 보조로 1주일간을 참여할 것을 권하셨다. 입원생활에 젖어있는 나에게 50명 회원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주방일은 쉽지만은 않았으나, 설거지와 바닥청소 등으로 시작된 주방일은 쌀싯기, 콩나물 씻기, 고기썰기 등의 다양한 실습으로 흥미로웠다. 2주일간을 추가로 돕고, 이번엔 2주간의 기회를 허락받아 매점과 방송반 테이프 선정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다. 매점일은 새로웠는데 처음하는 일이라 금전을 다루는 회계보다 초보단계인 청소와 판매를 해보고, 시간을 둔 뒤에 장부정리를 익혔다. 방송은 회원들의 정서 함양과 기후상태를 중점으로 선곡하였더니 많은 호응을 얻었다. 매점일과 방송반일을 통하여 난 매일 감사를 드린다. 한 사람 한 사람과 얼굴을 익혀 반가운 인사말을 나누는 사이, 어느덧 고운 정이 서로서로 쌓여가고 있다. 일의 보람과 의미를 느끼며, 피곤을 잊고 지내는 요즈음이다.」

다음 분은 가정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회복귀시설에 있는 동안 담당 선생과 요리학원에 가서 지하식품점에서 요리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잘못 타서 고생한 경험이 있는 회원인데 지금은 가정으로 돌아가서 생활하고 있다. 「내가 퇴원해서 집에서 생활한지도 6개월째 접어든다. 이제는 집 생활도 익숙해져 있고 병원에 간다든가. 슈퍼마켓에 간다든가, 일상생활을 위해 다니는 ○○ 백화점에 가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져 있다. 처음에 백화점에 간 일이 생각난다. 나 혼자 한 번 밖에 간 적이 없었지만 처음엔 ‘사람들에게 내가 이상하게 보이거나 어색하게 보이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도 해보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슈퍼마켓에 가서도 일반 사람들과 별다를게 없이 되었고 어딜 가서나 그랬다.」 …… 「은행도 가고 동사무소도 간다. 전화료, 전기세, 가스비, 신문대금, 이런 공과금은 가까운 은행에 다니면서 낸다. 그들도 날 일반사람들과 똑같이 대해준다. 정상적인 사람으로 대해준다. 나는 사회생활에 잘 적응한다고 생각한다. 별탈없이 잘 지내고 첫째는 내가 정상적인 사람과 별다른 없다는 것이 기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두분의 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정신장애인도 사회복귀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써비스를 제공하면 사회적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책수립자, 전문가, 기업가, 자원봉사자 그리고 가족들은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 냉소, 그리고 나와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들도 공동체 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지체계를 만들어야 하겠다. 이를 위하여 기업하는 분들은 이들의 능력에 맞는 일거리 창출과 고용의 기회를 주어야 하겠고, 지역사회주민들은 사회복귀시설 등에서 이들을 위한 자원봉사활동을 한다든가, 재가정신장애인들을 지역사회로 끌어내도록 인내하면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활동을 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