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괴팍한 할머니의 시 - 간호원 아가씨들!
당신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이나요
내가 어떻게 보이냐고 묻고 있잖아요
당신들은 날 보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죠
당신들한테 난 그죠
별로 똑똑하지도 않고
성질머리도 고약한데다
눈동자마저 흐릿한 할망구일 되지요
식사할 땐 칠칠맞게 흘리기나 하고
당신들이 큰 소리로 나에게
"흘리지 좀 마세요"라고 소리를 질러도
아무런 대꾸도 못하는 노인네,...
당신들의 보살핌에 감사할 줄도 모르고
양말 한 짝, 신발 한 짝을 수시로 잃어버리는
한심한 노인네...
목욕 하라면 목욕하고
밥 먹으라면 밥 먹고
좋건 싫건 당신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며
하염없이 시간만 보내는 무능한 노인네...
그게 바로 당신들이 생각하는 '나'인가요?
그게 바로 당신들 눈에 보이는 '나'인가요?
그렇다면 눈을 떠 보세요
제발 한번 단 한 번만이라도
나를 제대로 바라보아 주세요
이렇게 여기,
당신들이 주는 대로
음식을 씹어 넘기고 있는 내가
과연 누구인지 말해 줄게요
난 열 살짜리 어린 소녀랍니다
사랑하는 아빠와 엄마
오빠 언니 동생들도 있지요
난 꽃다운 16살 처녀랍니다
두 팔에 날개를 달고
이제나 저제나 사랑을 기다리며
밤마다 꿈 속을 날아다녀요
난 스무 살의 아리따운 신부랍니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면서
콩닥콩닥 가슴이 뛰지요
나는 또 스물다섯 엄마이지요
아기를 품에 안고 보듬고 있어요
그러다가 서른이 되고 보니
아이들은 훌쩍 커버리고
더 이상 내 품에 안겨 있지 않네요
마흔 살이 되고 보니
아이들은 모두 자라 집을 떠났지만
다행히 남편이 곁에 있어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로만 밤을 지새우진 않아요
쉰 살이 되고 보니 또다시 내 무릎 위에
아기들이 앉아 있네요
사랑스러운 손자 손녀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난
참 행복한 할머니지요
그러다가 암울한 날들이 찾아오네요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 버렸어요
홀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두려움에 저를 떨게 하네요
나의 자식들은 제 자식들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어요
젊은 시절 내가 자식들에게 쏟아부었던
그 사랑을 나 역시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지요
그러다가 또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바라보니
이렇게 오갈데 없는 늙은이가 되어 버렸어요
세월은 참 잔인하기도 하죠
사람을 이렇게 바보로 만들어 놓으니..
몸은 쇠약해지고
한때 지녔던 기품과 열정은
영원히 날 떠나 버렸어요
한때 힘차게 고동쳤던 나의 심장이 있던 자리에
이젠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자리 잡고 있네요
하지만 아세요?
쭈글쭈글한이 몸뚱이 안에
아직도 열여섯 살 처녀가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도 가끔은
이 쪼그라든 심장도 쿵쿵거리기도 한다는 것을
지금도 난 기억한답니다
젊은 날들의 기쁨을, 그리고 또 아픔을
할 수만 있다면 사랑도, 인생도
다시 한번 누려 보고 싶어요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니
너무도 짧았고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렸네요
내가 꿈꾸며 맹세했던 영원한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서운 진리를
이젠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거 같아요
제발 눈을 크게 떠 보세요
그리고 날 바라보아 주세요
괴팍한 할망구라니요
제발
단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나를 바라보아 주세요
"나"의 참 모습을 말이에요
(이 시는 스코틀랜드의 한 노인 병원에서 홀로 외롭게 살다 세상을 떠난 어느 할머니의 유일한 유품으로, 병원 간호사에 의해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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