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아첨과 뒤선 거부… 집권 1년의 표리부동 외교가 부른 안보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연례 군사 훈련 일정이 조율되는 문제로 보기 어렵고 그 파장이 심상치않아 보인다. 그동안 미국의 안보 및 통상 협조 요청을 외면해 온 이재명 정부를 향해 트럼프 행정부가 작정하고 내민 '비협조 청구서'이자, 물밑에서 누적되어 온 외교적 실책과 표리부동한 처세가 초래한 엄중한 경고등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지난 1년의 한미관계를 돌아보면 외교적 미숙함과 기회주의적 행태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겉으로는 굳건한 동맹을 강조하며 면전에서는 peacemaker, 노벨평화상 같은 수사학적 헌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뒤돌아서는 주요 약속의 이행을 지연시키거나 정반대의 신호를 보내는 일이 반복되었다. 지난번 미국 순방 당시에도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머무르면서 정작 백악관이나 워싱턴의 핵심 안보 라인과의 경색된 관계는 방치한 채,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온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찾아 국빈 방문길에 오른 모습은 미 관료들의 눈에 다소 생뚱맞고 기형적인 외교 동선으로 비쳐지지 않았겠는가.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밝혔듯, 미국이 이란 비핵화 등 중동 정세 안정화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을 때 돌아온 답은 "사양하겠다!(No thanks!)"라는 트럼프식 표현 그대로의 단칼 거절이었다. 우리 선박이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도 미 측과의 군사적 협조나 최소한의 상징적 제스처(Sho-wing)조차 무시한 채 무관심하게 방관하던 정부가, 주한미군과 확장억제라는 미국의 안보 우산만큼은 당연한 듯 누리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러한 모순적 행태는 통상과 산업 정책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5,500억 달러 투자 합의 후 미국 측 요구에 맞춰 자금을 차질 없이 집행하며 확고한 신뢰를 쌓은 일본과 달리, 한국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약속으로 15% 관세 상한선이라는 당장의 실리만 챙긴 뒤 돌아서서 "대부분 대출과 보증일 뿐"이라며 말을 바꿨다.
게다가 미국이 대미 제조 인프라 확충을 강력히 압박하는 시점에, 정부는 생뚱맞게 800조 원 규모의 호남 반도체 산단 조성을 전격 추진하며 미 측의 대미 투자 요구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신호를 보냈다. 여기에 미국회사인 쿠팡에 역대 최대 규모인 6,2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며 압박하자, 미 하원 법사위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공격"이라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한미 간 갈등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미국 관료들의 시선에서 한국 이재명정부의 모습은 "앞에서는 협력을 말하고 뒤에서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신뢰할 수 없는 동맹"으로 각인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미 국방부를 통한 연합훈련 축소 지시는 바로 이러한 동맹 의무 거부와 기만 외교에 대한 트럼프식 노골적 응징으로 읽히는 이유다. 이런 시그널을 안보위기로 보지않고 남북 대화의 물꼬니 긴장 완화니 하는 감언이설로 포장하는 것은 안보의 엄중함을 외면한 안일한 자위에 불과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그리고 드론공격 능력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실전적 연합훈련이 축소되면 연합 방위태세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협조 요청은 거부하고 미국 기업은 억압하면서 안보 혜택만 누리려 했던 이재명 정부의 외교적 미숙함은 동맹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연합훈련 축소라는 안보 공백을 시작으로, 파격적인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와 대미 관세 보복이라는 참혹한 청구서가 차례로 밀려올 것이다. 동맹의 신뢰를 잃고 국익을 위험에 빠뜨린 기회주의 외교의 대가는 결국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의 부담이라는 무거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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