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개론

한국 청소년복지학을 개척하다 이용교(광주대학교 교수,

양곡(陽谷) 2025. 8. 17. 22:30

[배워서 남 주는 학술활동]-008. 한국 청소년복지학을 개척하다
이용교(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필자가 지난 40여년간 가장 많이 연구한 주제는 ‘청소년복지’이었고, 학계에서도 청소년복지전문가로 불리고 있다. 이렇게 불리게 된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최초로 청소년복지학을 주창하고 청소년복지학 관련 단행본을 발간했다. 1980년대에 필자가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할 때만 해도 사회복지학과 교육과정에 ‘청소년복지론’은 없었다. 청소년복지란 낱말은 있었지만, 아동복지론 시간에 한주 정도 청소년비행을 다룰 뿐이었다. 당시 사회복지학은 비행청소년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청소년복지의 전부인냥 가르쳤다. 전체 청소년의 생활실태를 조사하고, 그들이 직면한 욕구와 문제를 파악하여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문제를 예방하거나 치유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 청소년의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내용은 많지 않았다. 생애주기별로 볼 때 청소년은 아동의 연장선에 있지만, 부모의 보호보다는 친구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고 배움의 세계에서 일의 세계로 전환하기 위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관점은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필자는 1989년에 한국청소년연구원(1993년부터 한국청소년개발원으로 이름이 바뀜)에 주임연구원으로 입사하여 청소년복지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였다. 청소년연구원에 교육학, 사회학, 정치학, 체육학 등에는 박사급 연구자가 있었지만,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사람 중에서는 필자가 선임자이었다. 필자는 청소년복지와 관련된 주제를 두루 연구할 수 있었고, 연구책임자가 아니었지만 자율성을 갖고 연구하였다. 1983년 8월에 그동안 연구한 청소년복지 관련 논문 11편을 모아서 ‘한국청소년복지의 현실과 대안’(은평천사원 출판부)을 발간하였다. 이때까지 시중 서점에 청소년복지를 다룬 전문서적은 거의 없었을 때이었다. 이 책의 발간으로 말미암아 필자는 ‘청소년복지전문가’로 사회적 인준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최초로 대학생이 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청소년복지론을 여러 학자들과 공동으로 집필하고, 이후 단독으로 교재를 집필해서 20년 이상 개정판을 만들었다. 1993년에 한국청소년개발원에서 만든 청소년복지론은 우리나라 최초 청소년복지학 교재이었다. 필자는 1992년에 최윤진 박사팀에서 청소년심리학, 청소년문화론, 청소년문제론, 청소년지도론, 인간관계수련활동, 전통문화활동 등 ‘청소년지도자 교재총서’ 6종을 개발하였다. 1993년에도 청소년복지론, 청소년관계 법과 행정, 청소년활동론 3종을 개발하였다. ‘청소년복지론’은 필자의 전공분야이었기에 직접 차례안을 만들고,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들어 확정지었다. 이후 집필자를 섭외하여 원고를 접수하고 교정하여 단행본을 발간하였다. 이 책의 공저자는 이화여대 김성이 교수, 청주대 나동석 교수, 서울대 남세진 교수, 조흥식 교수, 한국청소년개발원 최윤진 연구위원, 원광대 김성천 교수, 호주 에디스 코엔대 김형식 교수, 중앙대 김영모 교수로 사회복지학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들이었다. 필자가 1993년에 청소년복지론을 기획하고 학자들과 함께 집필한 것은 젊은 연구자로서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필자는 1990년대 초부터 대학교에서 청소년복지론을 강의했고, 1998년에 ‘한국청소년복지학회’의 창립(학회 창립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상술한다)을 계기로 여러 학자들과 ‘현대 청소년복지론’을 집필하였다. 이 책을 함께 쓴 평택대 이종복 교수, 숙명여대 이소희 교수, 고려대 오영재 교수, 한국청소년개발원 이명숙 연구위원, 한서대 방은령 교수는 소속 대학 등에서 청소년복지론을 강의하였다. 이후 공저자들은 단독으로 청소년복지론을 집필하기도 했다.

  필자는 2003년부터 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엄규숙 교수의 추천으로 해당 대학에서  청소년복지론을 강의하였다. 온라인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강의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ppt파일을 제작하여 스튜디오에서 동영상을 찍어야 한다. 필자는 강의안(요약본)을 만든 김에 전체 원고를 집필하였다. 이를 더욱 발전시켜 2004년에 ‘디지털 청소년복지’(인간과복지)를 발간하고 세 번 개정판을 냈다. 디지털 청소년복지는 20년 이상 광주대학교, 경희사이버대학교 등에서 대학 교재로 널리 활용되었다. 두 대학교에서 여러 차례 온라인강의용 강의안이 만들어지고, 그 강의안을 바탕으로 동영상을 촬영하여 매년 수백명이 수강하였다. 이 책은 대전대 남미애 교수와 신라대 홍봉선 교수가 쓴 청소년복지론(공동체), 나사렛대 노혁 교수가 쓴 청소년복지론(교육과학사)과 함께 장기간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필자는 1989년 3월부터 1995년 2월까지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우리나라 청소년종합대책의 수립과 청소년육성법의 제정, 체육부 청소년국의 설치, 청소년기본계획의 수립과 청소년기본법의 제정과정에서 참여자의 역할 등을 분석하여 ‘한국 청소년정책 형성과정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 논문에 수집된 자료를 보충하여 같은 해 단행본 ‘한국청소년정책론’(인간과복지)으로 발간했다. 사회복지학 분야에서 청소년정책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사례는 거의 없었기에 필자는 이후 청소년정책의 제안, 청소년기본계획의 수립, 청소년정책에 대한 평가연구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하였다.    1995년에 한국청소년개발원은 ‘광복50주년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는데, 필자가 해방 이후 청소년복지정책을 역사적으로 정리하였다. 이 행사를 기획한 필자는 당초 이화여대 김성이 교수께 발표 원고를 청탁하였는데, 김교수는 “이제 시대가 바꾸었으니 이박사가 발표하면, 내가 토론은 해주겠네”라고 제안하였다. 이때 필자는 한국 청소년복지의 역사를 해방후부터 아동복리법이 제정된 1961년까지로 청소년복지가 아동복지와 미분화된 시기, 청소년복지가 도입되기 시작한 1962년부터 청소년육성법 제정(1987년) 전까지, 1988년 청소년육성법 시행으로 청소년복지가 적극 수행된 시기로 나누었다. 김성이 교수는 각 시기의 특성을 반영하여 청소년복지의 맹아기, 도입기, 전개기로 부르면 좋겠다고 토론하였다. 이러한 시기구분은 청소년복지학계에서 오랫동안 통설로 통용되었다. 일부 학자는 전개기 이후를 ‘발전기’로 구분하였다.

  어떤 학문분야든지 초창기 학자는 해당 학문의 주춧돌을 놓을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서산대사가 지었다는 시를 읽으며 마음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겠다. “눈을 밟으며 들길을 갈 때(踏雪野中去), 모름지기 허튼 걸음을 말라(不須胡亂行).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今日我行跡), 마침내 후인의 길이 되리니(遂作後人程).”
  청소년복지론은 대학생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할 때 이수해야 하는 사회복지학 선택과목 중의 하나이었다.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는 사회복지학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에 대해서는 ‘교과목지침서’를 만들어서 교육과정을 표준화시켰다. 필자는 2006년에 청소년복지론 책임검토위원이 되어 총신대 손병덕 교수, 나사렛대 노혁 교수, 신라대 홍봉선 교수, 경기대 김형모 교수, 덕성여대 정익중 교수, 수서청소년수련원 최영숙 관장과 함께 교과목지침서를 개정하였다. 이후 필자는 청소년복지론 지침서의 개정, 국제사회복지론 지침서의 제정과 개정에도 참여하였다.

  필자는 2003년 사회복지사 1급 국가시험의 선택과목인 청소년복지론의 출제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부터 청소년지도사 국가시험에서 청소년복지론을 출제하고, 청소년상담사 합격자를 대상으로 ‘청소년관계 법과 행정’을 강의하였으니 초기 학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다양하게 누렸다. 이는 각종 국가시험이나 공무원시험에서 청소년복지 혹은 사회복지학 과목을 공부하는 수험생들이 필자가 쓴 저서(예, 디지털 청소년복지, 디지털 사회복지학개론 등)를 수험서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출제 당시에는 비밀보장을 해야 하기에 밝히지 못했지만, 필자는 사회복지사, 청소년지도사, 청소년상담사 등 국가시험에 출제위원으로 여러 번 참여하였다. 사회복지직공무원과 보호직 신규 채용 혹은 경력직 특별채용에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셀 수 없을 정도이었다. 이러한 시험은 문제은행식으로 출제할 때에는 지정된 문제만 출제하지만, 현장 출제는 며칠씩 감금되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필자는 지난 40여년간 청소년복지를 연구하고 청소년복지학을 개척하면서 수많은 정책을 개발하고 발전시켰다. 한국청소년기본계획(1991)에 청소년쉼터의 설치 운영을 제안하여 1992년에 최초로 청소년쉼터를 설치하게 한 것을 비롯하여, 한국의 청소년상담 전달체계를 한국청소년상담원(현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시·도 청소년상담실(현 청소년상담복지센터)-시·군·구청소년상담실(현 청소년상담복지센터)로 체계화 한 것도 필자가 속한 연구팀에서 제안한 것이다. 1995년 5·31교육개혁으로 학생 봉사활동이 의무화되자 ‘시·도청소년자원봉사센터’의 설립을 제안하였고, 자원봉사센터는 후에 청소년활동진흥센터로 발전되었다. 비인가 시설이란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그룹홈을 공동생활가정으로, 공부방을 지역아동센터로 법제화하는데도 기여하였다. 한국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되기 전에 아동학대연구를 번역하였고, 가정위탁이 도입되기 전에 가정위탁연구를 통해 선진국의 제도를 소개하여 가정위탁지원센터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제도 변화로 위기에 처한 아동·청소년이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청소년기본법, 청소년보호법, 청소년복지지원법의 제정과 개정에 여러 차례 참여하여 청소년의 욕구와 문제에 부응한 정책을 제도화하도록 하였다. 아동청소년학월드포럼을 통해 적극적 관점의 청소년복지·청소년개발을 한국에 소개한 것도 보람이다(이는 후술할 예정이다).

  필자가 한국에서 청소년복지학을 개척한 것은 연구할 기회를 준 연구기관과 지원기관 덕분이었다. 논문을 발표할 기회를 준 학회와 단행본을 출판해 준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청소년복지학이 일천한 시기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단행본을 출판한 것은 사회공헌활동이었다. 잘 팔리지 않는 책조차 기꺼이 출판해 준 은평천사원 출판부, 인간과복지, 교육과학사, 양서원, 공동체, 학현사, 신정 등 여러 출판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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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교  lyg29@hanmail.net    [2025년 8월 17일에 초안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