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등

유서 정순영 시인

양곡(陽谷) 2025. 1. 27. 10:52

유서
정순영

철 이른 함박눈에
하얗게 덥힌 호젓한 자리
묵묵한 생각이 턱을 고이고
유서 한 장을 남기려는데
아무리 조아려도
겉 꾸리는 삶의 겉겨
구겨서 휴지통에 버리고는
하얀 눈밭에
손가락으로
그리운 이야기를 쓴다.
따스한 겨울 햇살이 거두어서
어딘가에
다시 눈으로 내려
그리워하도록
하얀 눈밭에 유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