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정순영
철 이른 함박눈에
하얗게 덥힌 호젓한 자리
묵묵한 생각이 턱을 고이고
유서 한 장을 남기려는데
아무리 조아려도
겉 꾸리는 삶의 겉겨
구겨서 휴지통에 버리고는
하얀 눈밭에
손가락으로
그리운 이야기를 쓴다.
따스한 겨울 햇살이 거두어서
어딘가에
다시 눈으로 내려
그리워하도록
하얀 눈밭에 유서를 쓴다.
'좋은글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해의 행복을 기도하는 마음 / 이채/ Christina Lee 재미작가 제공 (0) | 2025.01.29 |
---|---|
오을의 삶도 은혜라 (0) | 2025.01.27 |
"세상사, 말대로 이루어진다." (0) | 2025.01.26 |
인생의 달인 (0) | 2025.01.21 |
행복이 별것인가? (0) | 2025.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