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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집들이

양곡(陽谷) 2024. 12. 3. 05:25

어떤 집들이

                    유옹 송창재

85까지 산다던가?
지금 75이니 십년 남았군

세 놈을 길러 대학보내고 여우살이시켜 짝 지어주고 두내외만 덩그라니 찌그러져가는
겨울 빈 까치둥지처럼
함께 늙어가는
낡은 집을 지키고 있었다.

내일 모레
평균수명이 될때까지 아프지만 말고
요양원에만 가지말고 오두막에서 쓰러져 가겠다고 다짐했는데.

세 녀석이 아파트를 사주었다.
십년이라도 사시고
더 오래 사시라고.

남들은
지키던 아파트도 팔아 현금 챙기고 임대아파트로 간다는데
현금들고 산으로 들로
비행기타고 늙은 내외가 손잡고 날아다니다 온다던데

언감생심 꿈이었는데
이제 아파트에 내 문패를 달았다.
십년 더 살아야지!

비행기보다 엘레베이터를 매일 타고 팔층의 하늘까지
오르내리니
비행기보다 매일 얼마나 더 꼬신대!

착하디 착한 늙은 내외가
십년넘어 더 오래오래 살라고
기쁜 집들이에 다녀왔다.
눈물이 나도록 감사 축하하며.
고생끝 늙어말년에
자식길러 호강한다고 웃는

주름이 자글거리고
틀니가 덜그럭거리고
뽀얀 살덩이는
바람에 날려버린
겨울들판의 허리 굽어가는
마른 강아지풀같은 내 누나가
삼십년 넘게 토끼같은 자식들 기르며
남편 일거리 찾아 배웅하던 낡은 집이

너무 서운하고 허전해 떠나기 싫어 울다가 왔단다.
호박 꽃같던 우리 맏이 누나가.
그래서 더 신난단다.
백년은 더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