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음악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나그네 중 첫곡 " 밤인사 GuteNacht "/권숙희 제공

양곡(陽谷) 2024. 11. 17. 16:58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나그네  중
첫곡 "  밤인사 GuteNacht "

겨울나그네는 사랑에 실패한 청년의 방랑을 그렸다. 봄날에 시작된 사랑은 추운 겨울에 깨어졌다. 첫 곡에서, 사랑을 잃은 남자는 ‘안녕히(Gute Nacht)’라는 짧은 메모를 남기고 여인의 문 앞에서 돌아선다. 그의 앞에는 다만 눈 덮인 길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이방인으로 왔다가
이방인으로 떠나네.

꽃들이 피어 만발한 5월은
내게 좋은 계절이었으니.
그녀는 내게  사랑을 속삭였고,
그녀 어머니는 결혼까지 언급했건만,

이제 세상은 캄캄하고,
길은 눈으로 덮였도다.

나는 여행을 시작할 때를
선택할 수 없네.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하네,
이 어둠 속에서.

달빛이 나의 동무
내가 가는 길을 따르네.
나는 하얀 벌판에서
짐승의 발자국을 찾으리.

내가 여기 계속 머물러야 할 이유가 있을까?
누군가 나를 쫓아낼 때까지.
길 잃은 개는 주인 집 앞에서
짖도록 내버려두자!
사랑은 방황하기를 좋아하지…
신이 그렇게 만들었어…
이곳저곳 돌아다니도록.

내 사랑, 이제 안녕!

당신의 꿈을 방해하지 않으리,
당신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리.
내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게
살며시 살며시 문을 닫고!

떠날때 문에다 적으리,
안녕, 잘 자, 라고
그러면 당신은 깨닫겠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었다는 것을.

🎧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중 1곡 '' 밤 인사''
https://youtu.be/X3JVZZ-INyM


✒️

겨울나그네(Winterreise)’는 1827년 슈베르트가 죽기 1년 전, 혼신의 힘을 다해 작곡한 작품이다. 하지만 슈베르트의 친구들이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애절하면서 침울한 곡 분위기에 다들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지만 슈베르트는 이 노래가 자신의 다른 노래들보다 좋으며, 언젠가 다들 좋아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슈베르트의 예언대로 이 작품은 지금도 독일 가곡, 클래식 음악에서 반드시 들어야 하는 불멸의 레퍼토리로 남아 해마다 겨울이 오면 나도 겨울 나그네가 되어 쓸쓸하고 황량한 겨울길에서 이 노래를 듣는다.

슈베르트의 절망을 표현한 '나의 기도' 라는 시를 본다.

     --나의 기도--
먼지와 진창속에서
고뇌와 불꽃에 타들어 가면서
파멸의 그날을 향해
고문속에서 자신의 길을 가는
나를 내려다 보소서.
나의 생명, 나의 육신, 나의 피,
그 모두를 레떼의 강물에 던져넣어
보다 순결하고 보다 강력한 의지로
나를 옮겨주소서, '위대한 분이시여'.

1827년 2월 슈베르트는 겨울 나그네 1부(12편)를 작곡한다. 그 다음달에 그는 존경하는 베토벤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이를 계기로 슈베르트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점점 깊어지고 그해 10월 겨울나그네 2부(12편)가 완성되었다.
실제 슈베르트는 뮐러의 겨울 나그네 시 24편을 차례대로 연가곡을 작곡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 감정의 흐름에 따라 순서를  바꾸었다. 예를 들어 뮐러의 시 6번 우편마차(Die Post)는 슈베르트의 연가곡 2부 첫번째 곡(13번)으로  자리옮김했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24편의 곡명을 나열해 본다.

  <1부>
1.안녕   2. 풍향기
3.얼어붙은눈물 4.동결(곱은손)
5.보리수    6.넘쳐흐르는 눈물
7.시냇물에서  8.뒤돌아보기
9. 도깨비불  10.휴식
11.봄날의 꿈   12.고독
  <2부>
13. 우편마차  14. 백발
15. 까마귀      16.마지막 희망
17.마을에서    18.폭풍의 아침
19. 환상         20.이정표
21.여인숙        22.용기
23.환상의 태양 24.거리의 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