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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가 알려주는 지혜롭게 맞이하는 노년과 죽음

양곡(陽谷) 2024. 10. 21. 12:03

헤르만 헤세가 알려주는 지혜롭게 맞이하는 노년과 죽음
[신간] 홍성광 지음 “머지않아 우리는 먼지가 되리니”(사유와공간 간)
홍성광 지음 "머지않아 우리는 먼지가 되리니" 입체 표지. 이미지 사유와공감홍성광 지음 "머지않아 우리는 먼지가 되리니" 입체 표지. 이미지 사유와공감
누구에게나 오는 노년과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좋을까? 노년에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한국에서 노년과 죽음은 더는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딱 맞는 책이 이번에 나왔다. 바로 도서출판 사유와공감이 펴낸 홍성광 지음 《머지않아 우리는 먼지가 되리니》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주로 청소년이 읽을 만한 헤세의 글이 소개되었다면, 이 책에서는 주로 중년의 독자에게 호소할 만한 글을 실었다.
헤세는 많은 시와 소설에서 노화와 죽음을 다루었다. 특히 노년의 문턱에 들어선 50세 전후의 헤세는 노년에 관한 많은 산문을 남겼다. 그래서 이 책은 고령 시대, 초고령 시대를 맞아 헤세에 대해 잘 다루지 않았던 노화와 죽음의 문제를 중심 주제로 삼았다. 이 책을 통해 헤세의 ‘노년 철학’을 사유할 수 있다. 특히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한국에서 노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불안과 걱정에 답을 주는 어른들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 홍성광 작가는 《머지않아 우리는 먼지가 되리니》 본문의 구성을 춘하추동(春夏秋冬) 4부로 나누어 표현했다. 이는 헤세가 시와 산문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시간을 청춘-중년-노년-죽음이라는 삶에 단계들과 빗대어 묘사한 것을 차용한 것이라 한다.
여름에 태어난 헤세는 따뜻한 여름을 무척 좋아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의 소리를 받아들이는 감수성이 돌아오는 여름과 가을 사이의 날들을 사랑했다. 온갖 색채가 일시적으로 유희하는 것에 호기심이 일어서다. 그래서 여행도 주로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곤 했다. 가을은 헤세가 기뻐할 수 없는 계절이다. 인생의 해가 비치지 않고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헤세는 가을이 되면 유난히 사랑과 고독,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을 노래한다. 그는 9월과 10월 사이가 되면 다른 계절보다 더 쉽게 온천 여행을 떠날 결심을 한다. 그러다 겨울의 문턱에 드어서면 죽음과 그것을 넘어서는 더 높은 삶을 희구한다.
헤세는 늙지 않으려면 미소 짓는 법을 배우라고 한다. 나이 들면 얼굴 근육이 경직돼 뚱한 얼굴이 되기 쉽다. 이미 멀리 죽음이 기다리는 것이 보인다. 그게 싫다면 웃어라.
“미소 지을 줄 아는 자는 늙지 않고/ 아직 불꽃을 피울 수 있으니라.”
19334년 헤세의 시 <숙고>에서는 헤세가 노년에 기독교 신앙으로 나아가는 상황이 잘 나타나있다. 그는 이 시에서 자신의 기독교적 혈통에 대해 숙고하기 시작하면서, 필멸의 존재인 인간은 심판과 증오가 아니라 사랑과 인내로 성스러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헤세는 늙는다는 것은 마냥 시들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가치와 마력, 지혜, 그리고 고유한 슬픔을 지닌다고 말한다. 노인이 젊어 보이려고만 하면 노년은 하찮은 것이 되고 만다. 나이 든 사람에게 더 적합한 것은 유머와 미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세상을 하나의 비유로 변화시키는 것, 사물을 저녁 구름의 덧없는 유희인양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니 노인은 젊은이를 속단하면서 반박할 것이 아니라 될 수 있는 한 그들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필요하다.
헤세는 안질, 두통, 불면증, 우울증과 삶의 무의미에 시달리며 자살을 꿈꾸고 실행했지만 끝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오래 살아 85세까지 장수 할 수 있었다. 헤세는 삶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자신의 인생과 운명을 사랑했던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는 먼지가 되리니》를 쓴 작가 홍성광은 서울대학교 인문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생으로 저명한 독일의 소설가들과 철학자인 토마스만, 쇼펜하우어, 니체, 카프카 등의 책 번역을 했으며, 그들과 함께 삶을 고찰하며 철학적 사유를 끊임없이 하고자 했다. 이런 그가 쓰는 헤세의 책은 발간 전부터 헤세의 팬들과 노년을 고민하는 독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작가 홍성광은 머리말에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늙고 죽어 머지않아 먼지가 된다. 그러나 헤세의 마지막 시 <부러진 나뭇가지의 삐걱거림>에서 보듯, 메마른 가지도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파릇파릇 살아나는 것처럼 자연의 순환에 의해 재탄생의 희망이 그에게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헤세는 자신의 원환적(圓環的) 죽음관을 잘 보여주는 이 시를 쓰고 얼마 뒤 사망했지만, 그를 아끼고 기리는 많은 독자에 의해 거듭 다시 태어나 영원히 부활하고 있다.”
(원문) https://www.ikoreanspirit.com/news/articleView.html?idxno=77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