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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한 불꽃]/ 신평

양곡(陽谷) 2023. 11. 19. 15:06

[비장한 불꽃]

지난 13일은 전태일 선생이 돌아가신 지 53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마석 모란공원묘지 그의 묘소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흔히 고인을 ‘전태일 열사’라고 호칭하나 이 열사라는 말은 그가 가진 노동운동가로서의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는 거기에 조금 거부감을 느낀다. 그를 좁은 울타리 안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그는 순결한 박애주의자이고, 한국 현대사의 물길을 바로잡은 위대한 사상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그를 ‘전태일 선생’이라고 불러왔다.

기념식 중에 고인의 동생인 전순옥 전 의원이 나에게 ‘비장한 불꽃’이라는 책을 건네주었다. 읽어보니 고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을 이어받기는 했으나, 여러 군데서 색다른 시각으로 고인을 조명하여 뜻깊었다. 이 책에 실린, 가슴을 치는 이야기 하나를 그대로 옮겨보자.

“그는 1966년 8월부터 10월까지 평화시장 통일사에서 근무할 때부터 도봉산 기슭의 쌍문동 천막에서 을지로 6가의 평화시장까지 16㎞(40리)를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왕복하면서 매일 절약한 30원으로 한 개에 1원 하는 풀빵 30개를 사서 배고픈 여성 노동자들에게 나눠준다.”

그는 당시 천막에 살면서 변변히 먹지도 못하는 형편이었다. 퇴근길에 통행금지에 걸려 파출소에서 자는 일이 있으면서도 그는 이 희생을 멈추지 않았다.

기념식을 마치고 오는 길에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내 청춘의 우상이자 좋은 친구였던 고 조영래 변호사의 묘소를 참배하였다. 조 변호사는 나보다 9년 위이고, 전태일 선생은 7년 위이다. 아, 세월은 가고 인걸은 흩어진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며 역사를 엮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