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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들

양곡(陽谷) 2023. 7. 10. 09:35

어린 아들(소아·小兒)
/소식(蘇軾·1037∼1101)

근심 걱정 모르는 어린 아들,
앉으나 서나 내 옷자락을 잡아끈다.

아이에게 막 화내려는 참에,
철없는 애 아니냐며 마누라가 말린다.

애도 아둔하지만 당신은 더하구려.
즐기면 되지 무슨 걱정이시오.

이 말에 창피해서 돌아와 앉았는데,
술잔 씻어서 내 앞에 내놓는다.

그 옛날 유영(劉伶)의 부인보다 훨씬 낫구나.
구질구질 술값을 따졌다던데.

小兒不識愁, 起坐牽我衣.
我欲嗔小兒, 老妻勸兒癡.
兒癡君更甚, 不樂愁何為.
還坐愧此言, 洗盞當我前.
大勝劉伶婦, 區區為酒錢.

//소동파의 시다. 그의 다른 시를 지난번에 소개하며 말했듯이 그는 바둑과 술과 노래를 즐겼다. 소동파의 집안은 좋았고, 그의 부친과 아우도 대단한 문호였다. 그런 소동파의 아들이니 버릇이 좀 없었으리라. 아비가 만만히 보인 아들은 시 쓰랴, 정치 하랴 더하여 음주가무로 바쁜 아비의 바지 자락을 붙잡으며 같이 놀자 한다. 이런 아들이 철부지로 보여 혼내려는데 그를 본 아내가 말린다. 아내가 그를 보고 '쫀쫀하게 애와 싸우려 하시요?'란 말을 하였고 그는 바로 깨갱한다. 말로는 여자를 못 당하니 꼬릴 감춘 것이 슬그머니 부끄럽고 화가 나는데 그보다 한 수 위의 아내는 그것을 재깍 눈치채고 술잔을 내어 놓는다. 한 잔 마시고 마음을 풀라는 것이다. 어르고 달래는 것이 경지에 이른 아내를 보며 그는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유영의 부인보다 낫다고 칭송한다. 교활함이 현명함으로 화한 대단한 부인이다. (죽림칠현의 일인인 유영은 '주덕송(酒德頌·술 예찬론)'을 지을 정도로 애주가였다고 한다. 그가 술을 너무 좋아하여 유영의 아내는 술병을 내다 버리거나 깨버렸다고 한다.) - 이해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