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교 교수 사회복지학 공부와 강의 1
필자는 '배워서 남 주는 사회복지사'를 꿈꾸며 38년 6개월동안 대학생을 가르쳤습니다. 그 경험을 살려서 제자들과 '청년 사회복지사'를 위한 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 책에 실린 글(초안)을 몇차례에 걸쳐 이곳에 올릴 예정인데, 첫번째 글입니다. -------------
<‘배워서 남 주는 사회복지사’를 꿈꾸다>
필자가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부임한 것은 1997년 3월 1일이었지만, 대학생에게 사회복지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9월부터이었다. 그때부터 2026년 2월까지 38년 6개월 동안 강의했다. 1980년 중앙대학교에서 공부할 때부터 사회복지학을 좀 더 쉽게 공부하고 가르치는 방법을 궁리하고,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생각했다. 1980년과 1981년에 근로청소년을 위한 중학교 과정 야학인 ‘다울중학원’에서 강의했기에 대학생이면서 가르치는 강학(가르치는 학생)의 역할을 수행했다.
필자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단과반 학원을 다니고 자습하여 1년 반인 1977년 8월에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1978년부터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행정학을 2년 동안 배운 후 1980년에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학하였기에 혼자 공부하는데 익숙했다.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익혔기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가르치고, 그 사람이 쉽게 배우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한편,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미국의 사회사업학은 개인을 변화시키는 개별사회사업, 집단역동을 활용하는 집단사회사업, 주민을 조직화하고 사회운동을 펼치는 지역사회조직의 전통이 있었다는 점을 배웠다. 미국에서 사회사업가는 개인, 집단(가족을 포함),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전문가라는 것이다. 필자는 사회복지사는 개인, 집단, 지역사회의 변화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사람으로 우뚝 서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가르쳤다. 광주대학교는 1980년에 광주경상전문대학으로 설립인가를 받았고, 1983년에 광주개방대학으로 인가를 받아 4년제 대학이 되었다. 1990년에 신설된 사회복지학과는 주로 직장인이 다니는 야간반만 있었고, 1996년부터 주간반이 설치되었다. 1997년에 입사한 필자는 주간반과 야간반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가르쳤다. 주간반 대학생은 대부분 20대 전후이었고, 야간반 대학생은 주로 20대부터 50대까지였으며, 대학원생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상당수 대학생과 대학원생은 필자보다 나이가 많았다.
사회복지학을 교재를 중심으로 강의하는 것을 넘어 다양하게 학습하는 방법을 시도하였다. 해당 과목과 관련된 신문기사를 읽고, 영화를 보며, 노래를 들으며 사회복지학을 학습할 것을 강조했다. 가장 자주 내준 과제물은 신문기사를 읽고 스크랩을 한 후에 자신의 의견을 적어 학기말에 제출하는 것이다. 과제물은 동료평가를 통해 애벌 평가를 하고, 필자가 최종 평가를 할 때에는 그보다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이러한 과제물을 통해 학생은 사회복지학이 일상생활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체득하였다.
1990년대에는 사회복지학 교재의 대부분이 미국 등 외국의 복지제도와 사례를 담은 경우가 많았다. 청소년복지론이라면 한국 청소년의 역사와 현황을 다룬 내용은 별로 없고, 미국 청소년에 대한 연구결과를 기술하면서 간혹 한국 사례를 다루었다. 이에 필자는 한국 사회복지 역사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 가르치고 싶었다. 특히 사회복지학개론을 가르칠 때에는 광주・전남 사회복지의 뿌리를 찾고, ‘복지성지 양림동’을 탐방하며, 이 지역으로 중심으로 활동한 최흥종 선생, 서서평 선교사, 우월순 원장 등 주요 복지인물의 활동을 알려주었다. 1993년에 중앙대학교 대학생들과 함께 사회복지발달사를 공부하면서 ‘이야기 사회복지’를 출간한 적이 있었다. 그 경험을 살려 광주대학교 대학원생들과 광주・전남에서 사회복지시설을 개척한 인물들을 인터뷰하여 ‘시설과인물’을 출판하였다. 지역의 복지역사를 제대로 알고 사회복지현장에 나가는 사회복지사를 키우고 싶었다.
당시 사회복지학 교육은 개별사회사업, 집단사회사업, 지역사회조직의 전통 중에서 지역사회조직을 다소 소홀히 다루었다. ‘사회복지실천론’은 사회복지사의 면접, 사정, 개입 등을 중심에 두고, 주민조직화, 사회운동, 사회행동 등을 다루지 않거나 별도로 언급하였다. 필자는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조직 방법론을 몸으로 익히고 정책형성가로서 역할을 키워야 함을 강조했다. 1997년에 사회보장론 수강생들과 함께 만든 ‘복지대통령 만들기’는 청년사회복지사들이 대통령 후보에게 준 정책제안서이었다. 대통령 후보들이 경제 대통령, 교육 대통령, 통일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할 때, 사회복지사(학도)들은 ‘복지 대통령’을 주창하고, 복지 대통령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공약을 제안하였다. 이때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은 ‘생산적 복지’를 추구하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고, 모든 국민이 헌법상 규정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국민의 정부가 끝날 무렵에 ‘복지대통령 만들기’에 담긴 복지정책들은 상당 부분 국가정책으로 채택되고 구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