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 2025년 12.25
[최보식의언론]
2025년 12.25
[박주현의 재담] -스위스행인 줄 알았는데. 문 열어보니 베네수엘라!
필자는 한때 우리가 작지만 단단한 스위스의 길을 걷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는 브레이크 고장 난 기관차처럼 베네수엘라나 튀르키예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지도 위에서 스위스는 작다. 인구 900만 명, 면적은 남한의 절반도 안 된다. 하지만 숫자로 본 스위스는 거인이다. 1인당 GDP는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 넘나든다. 미국의 1.3배, 한국의 3배다. 더 놀라운 건 방어력이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 때, 스위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를 유지. 실업률은 2% 초반,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다. 게다가 14년 연속 세계 혁신 지수 1위를 놓치지 않는 강소국.
자원 한 톨 나지 않는 내륙 산악 국가가 어떻게 이런 경제 요새를 구축했을까? 노바티스, 로슈, 네슬레 같은 초일류 기업들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힘은 국민들의 머릿속에 있는 '계산기'다.
우리는 흔히 스위스 앞에 붙는 '영세 중립국'
여기서 '영세'는 구멍가게를 뜻하는 영세가 아니라 영원한 세월(永世)을 뜻하지만, 그 어감이 주는 나약한 이미지가 있는 탓에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납작 엎드려 평화를 구걸하는 약소국의 생존술 쯤으로 오해한다.
착각이다. 스위스의 중립은 평화주의자의 호소가 아니라, 싸움꾼의 '무장 중립'이다.
그들은 나토(NATO)에 가입하지 않는다. 내 나라 안보를 남에게 '외주' 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알프스 산맥 전체를 거대한 지하 벙커로 개조하고 전 국민이 총을 든다.
"우리를 침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너희도 팔다리 하나는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 서늘한 '고슴도치 전략'이 그들의 평화를 지탱하는 기둥이고 이런 자세가 바로 1, 2차 세계대전도 피해 가게 만든 원동력이다.
이 '공짜 안보는 없다'는 처절한 독립심은, 경제 영역으로 넘어오면 '공짜 점심은 없다'는 냉철한 주주 의식으로 치환된다. 스위스 국민은 안보를 동맹에 구걸하지 않듯, 경제적 풍요를 정부에 구걸하지 않는다.
스위스에는 국민 10만 명이 청원하면 전 국민투표를 강행하는 특이한 법이 존재하고, 그들 정치에도 물론 진보당이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스위스에선 '유급 휴가 연장' 안건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법정 휴가를 4주에서 6주로 늘리자는 법안이었다. 한국이었다면 "저녁이 있는 삶", 같은 감성언어와 "노동권 보장"을 외치며 90% 정도의 찬성으로 통과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스위스는 66% 반대 부결이었다. 이유는 심플했다.
"휴가를 늘리면 인건비가 오르고,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결국 내 일자리가 사라진다."
노동자가 기업의 손익계산서를 걱정해 휴가를 반납했다.
2016년엔 더 파격적인 '기본소득' 안건이 올라왔다. 전 국민에게 조건 없이 월 2,500프랑, 당시 환율로 약 300만 원을 주자고 했다.
우리는 25만 원만 뿌려도 "민생 회복"이라며 생색을 내는데, 스위스 국민은 매달 300만 원을 준다는데도 무려 77%가 걷어찼다.
"재원은 세금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고, 일하지 않는 자에게 돈을 주면 나라는 빈 껍데기가 된다"는 이유였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는 사실을.
압권은 올해 치른 투표다. 청년 사회주의자들이 주도한 '초부유층 상속세 50% 부과' 안건이 올라왔다. 한국이었다면 '조세 정의'를 외치며 죽창가가 울려 퍼졌을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78% 반대로 부결됐다. 스위스 국민들은 "부자를 털면 그 돈이 우리에게 오는 게 아니라, 자본과 기업이 세금 싼 나라로 탈출해서 스위스 경제가 망가진다"는 경제학 원론을 꿰뚫고 있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겠다는 집단 지성이었다.
이들이 쌓은 '신뢰 자본'은 다가올 AI 시대에 빛을 발할 것이다. 스위스 기업들은 국민이 자신들을 지켜줬다는 고마움을 안다. 인력이 AI로 대체되는 급변기가 와도, 기업은 국민을 적으로 돌리지 않고 최대한 속도를 조절하며 상생을 모색할 것이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최후의 안전망이다.
반면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자. 여의도를 장악한 거대 여당은 대기업이 하청에 하청 노조와도 직접 교섭하게 만드는 '노란봉투법', 경영권을 위태롭게 할 '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다. 노동 현장엔 간부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현대판 음서제, '황제 노조'가 군림한다.
이런 나라에서 기업이 택할 길은 뻔하다. AI와 로봇을 통한 '무인화다. 스위스 기업이 효율을 위해 자동화를 고민할 때, 한국 기업은 '생존'과 '탈출'을 위해 자동화를 서두른다. 지긋지긋한 노조와 규제에서 벗어날 유일한 비상구가 AI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현대차의 미국 공장 이전을 두고 "오죽하면 나가겠나"라며 응원하는 기막힌 현실을 보라.
신뢰가 깨진 사회에서 기업은 속도 조절 없이 가장 빠르고 잔혹하게 사람을 지울 것이다. 그때 가서 "기업이 나쁘다"고 욕해봐야 소용없다. 기업을 악마화하고 적으로 대한 대가가 '일자리 소멸' 때 어떻게 돌아올까?. 우리 경제는 이 충격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는가.
포퓰리즘이라는 바이러스는 국민의 욕망을 먹고 자란다. 하지만 국민이 욕망보다 '계산기'를 먼저 두드리는 나라에서는 이 바이러스가 생존할 숙주를 찾지 못한다.
정치인이 "돈 주겠다"고 하면 "그 돈 어디서 나냐"고 묻고, "부자 돈 뺏자"고 하면 "그러다 기업 떠나면 네가 책임질 거냐"고 되묻는 나라. 이것이 스위스를 작지만 강한 나라, 뿌리가 튼튼한 나라로 만든 비결이다.
만약 우리 진보세력이 스위스로 간다면 어떻게 될까. 장담컨대 3일을 버티지 못하고 정치적 아사, 판정을 받을 것이다. 취리히 광장에서 "부자 돈 뺏어서 25만 원씩 나눠 갖자"고 외치는 순간, 스위스 국민들은 환호하는 게 아니라 "저 사기꾼들이 우리 경제를 망치러 왔다"며 경찰에 신고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스위스를 보며 부러워하는 것은 알프스의 절경이 아니라, 바로 그 '차가운 이성'이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스위스처럼 되길 꿈꾸었으나, 깨어보니 현실은 베네수엘라행 열차에 올라타 버렸다.
오늘(24일) 자 달러 인덱스는 97~98선이다. 작년 이맘때 108을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명백한 약(弱)달러 구간이다. 상식적으로 전 세계 달러가 약세면 우리 원화 가치는 올라야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 원/달러 환율 차트를 봐라. 1,482원. 1,500원 턱 밑까지 차 올랐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나? 만약 작년처럼 강달러 상황이었으면, 지금 환율은 이미 1,700원을 뚫고 나라는 거덜 났을 거란 소리다.
글로벌에는 약달러라는 훈풍이 부는데도 우리 배만 침몰하고 있다.
하긴 이런 얘기하는 게 뭔 의미가 있나 싶은 게 지금 이 순간에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버젓히 살려 놓고 더 강화해 국민들 입 틀어막는 정통망법, 사법부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내란특별 재판부 통과시키는 그들 보고도 누구 하나 악다구니를 쓰지 않고, 위기감을 느끼지도 못한다. 사실상 막을 방법도 없는 현실이니 말이다.
"한국국민" 정말 각성해야 한다.
또 보리고개를 기다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