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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이 던지는 역사적 과제 - 외교의 실패인가, 문명 전환의 시작인가/ 주은식

양곡(陽谷) 2025. 8. 4. 23:01

한미 관세협상이 던지는 역사적 과제
- 외교의 실패인가, 문명 전환의 시작인가

도덕성과 철학 부재가 낳은 필연적 결과

이번 한미 관세협상의 결과는 단순한 외교적 패착을 넘어, 현 정부의 도덕성과 철학적 비전의 결핍이 야기한 구조적 실패다. 문서없는 구두 합의, 투명하지 못한 협상 진행, 국익에 대한 전략없는 굴복은 모두 철학없는 권력의 공통된 결과다. 외교는 정보와 의지, 전략의 예술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도덕적 흠결과 정치적 기회주의 속에서 국익의 최전선을 포기한 채, 스스로 외교적 주권을 저버렸다.

외교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 또는 국제기구와 관계를 맺고 유지하며 자극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평화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모든 활동이다. 영국의 헨리 워튼은 외교관을 일러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해외에 파견되어 거짓말을 하는 정직한 신사다(A Diplomat is an Honest gentleman to tell a lie dispatched abroad for the good of his own country) 그러나 거짓말도 슬기롭게 해야지 까딱하면 신뢰를 잃어 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외교라는 책을 쓴 미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는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미국의 친구가 되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하였다.적과 친구를 따지지 않고 자국의 국익을 챙기는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이처럼 들어맞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양국 간에 맺었던 FTA를 무력화시키고 새로운 관세협상을 들이 밀었다.

특히 이번 관세협상은 “말뿐인 공정”과 “임기응변식 국정운영”이 국제무대에서 어떻게 치명적 결과를 낳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미국은 협상의 상대로서 도덕성과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조건에서 정당성없는 리더십은 필연적으로 약점으로 작용하며, 실제로 미국은 이를 지렛대로 삼아 일방적 요구를 관철시켰다.

미국 통상전략과 신국제질서에 대한 몰이해

한미 관세 협상은 트럼프 2.0 시대의 대외전략, 즉 신보수주의(New Conservatism)적 통상정책의 예고된 시험장이었다. 미국은 자국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공정한 무역’이라는 이름으로 관세장벽을 재설정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동맹국조차 예외가 아니다. 이는 단지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공급망의 재편과 지정학적 구도의 재정렬이라는 신국제질서의 일환이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이를 역이용할 전략도 부재했다. 미국의 요구를 사전에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국익을 설계하며, 상호보완적 구조로 전환할 협상력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에너지·방산·반도체 수급망과 한국의 기술·생산 능력을 연계해 '미국을 위한 한국', 동시에 '한국을 위한 미국'을 도출했어야 했다. 여기에 가장 합당한 것이 MRO였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미국은 그만큼 해군력 증대가 필요했기 때문인데 협상팀은 그러한 유리한 조건을 살리지 못했고 그러한 입체적 안목이나 역사적 감각이 없었다.

트럼프의 비전과 이재명의 한계

이번 협상은 단순한 무역 갈등이 아니라 두 비전의 충돌이기도 했다. 트럼프의 신보수주의는 법치, 질서, 국가 이익을 중심축으로 한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국내정치적 생존을 위한 ‘탈맥락적 협상’에 급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서의 위기를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덮고자 했으나, 오히려 미국은 이를 약점으로 간주하고 더욱 집요하고 철저한 압박을 가했다. 모스탄을 보내 사전탐색을 한 취지를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특히 주한미군 문제, 방위비 분담, 선거부정 의혹 등 다방면의 사안에서 미국은 “한국이 약하다”는 인식 속에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기 보다는 제도적, 법적 수단을 통해 점진적 압박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미국의 통상전략이 ‘관세’로 시작해 ‘도덕성’으로 정당성을 붕괴시키고, 마지막엔 ‘법치’로 단죄하는 3단계 접근법을 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을 이해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미국은 보통의 상황에서는 유연하고 관대한 듯 보이지만,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는 순간 철저하고 집요하게 움직인다. 이것이 미국 외교의 진면목이다. 한국인은 흔히 미국을 “우리의 혈맹”, “동맹”이라 여기며 정서적으로 접근하지만, 미국은 감정 보다는 원칙, 동맹보다는 이익을 우선한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문서화되지 않은 구두합의’를 문제 삼고, ‘도덕성’ 이슈를 레버리지로 삼았다. 이는 트럼프식 협상의 전형이며, 비단 관세뿐 아니라 안보와 정치체제, 심지어 한국 내 정치정당의 정통성까지 문제삼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선거 부정’ 문제는 미국의 법치주의 시각에서 결코 가벼이 넘길 문제가 아니다.

참담함 이후, 한국인의 역사적 과제

한미 관세 협상은 외교의 실패이자, 동시에 한국의 정치와 시민의식이 성찰해야 할 문명적 전환점이다. 현실은 부끄럽고 참담하다. 그러나 미국에 의해 '질서 있는 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 이게도 이 위기는 정화와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도덕성 회복을 통한 신뢰의 복원’이며, 그 중심엔 진정한 지도자와 근대적 시민정신이 있어야 한다. 국가는 지도자의 도덕과 철학에 의해 존립하며, 민주주의는 시민의 각성에 의해 생동한다.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근대적 문명국가로 거듭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과제다.

미래를 여는 위기, 사면을 위한 각성

한미 관세협상은 외교 참사의 전형인 동시에, 한국 사회의 도덕적 파탄과 전략적 무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하지만 이 위기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은 문제를 끝내는 국가가 아니라, 문제를 집요하게 해결하는 국가다. 이제 우리도 그런 국가가 되어야 한다.

이 역사적 환부의 고통을 통해, 우리는 민족의 사면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철두철미한 정상회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국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냉철한 상황평가와 미국의 의도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분석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