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ㅡ입춘송立春頌 정 순 영

양곡(陽谷) 2025. 2. 5. 15:44

입춘송立春頌
정 순 영

초록을 머금은 햇볕이 내리는
사립문 앞 눈 덮인 보리밭의
연두 파란 보리를 뿌리 채 뽑아
풍흉豊凶점을 치니
안마당 가마솥에서 오곡이 튀어나오네.(1)

입춘 절기節氣 드는 때
대문에는
국태민안國泰民安 가급인족家給人足(2) 마주보게
사랑채 큰 기둥에
우순풍조雨順風調 시화연풍時和年豊(3)
입춘첩立春帖(4)을 써 붙이고
움파 산갓 당귀싹 미나리싹 무싹
오신채五辛菜를 비벼 먹으니
어와 좋을시고
농악대가 풍악 울려 민심을 걸립乞粒하니
어와 좋을시고 얼쑤
찬바람에 움츠렸던 백성의 어깨가 씰룩
먹구름 걷히어 재봉춘再逢春(5)하니 흥겨워 씰룩씰룩
어와 좋을시고 신바람이 춤을 추네.

(1)농사점農事占- 오곡의 씨앗을 솥에 넣고 볶아서 맨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 해 풍작이 된다고 함.
(2)國泰民安 家給人足-나라가 잘 다스려져야 백성이 편안하고 집집마다 풍족하다.
(3)雨順風調 時和年豊-비바람이 순조로워 하늘의 도움으로 풍년 들기를 바람.
(4)立春帖-입춘날 봄을 송축하여 대문이나 기둥에 붙이는 글.
(5)再逢春-불행한 처지에 있던 사람이나 일이 봄을 맞은 듯 새 기운을 얻어 회복 되는 것.

<하동군민신문> 2017, 2, 7. 제19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