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감기와 나 / 이해우
양곡(陽谷)
2025. 1. 7. 15:53
감기와 나
/ 이해우
1
바람도 안 불었고
춥지도 않았는데
감기가 들어온 건
외로운 맘 때문이다
허전한 거기에 들어와
'정신 차려'라 했다
2
나이가 들게 되면
빈 곳이 많아지고
오래된 기억 몇 개
희미하게 살고 있다
둘이는 만나자 마자
싸음을 하더라고
3
기침하고
열 나더니
평화가 찾아왔다
감기가 뭘 했는지
그제서야 알았다
이마를 짚던 손과 눈길이
빈 곳을 채워줬어
4
헐벗은 나무지만
새 둥지 쯤 받쳐 주고
때로는 등을 기댈
등받이 쯤 될 수 있다
감기가 오지 않았음
말라 죽었을 거야